한밤중의 허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6월의 이란은 공기가 무거웠다. 습도 79퍼센트. 피부에 닿는 공기가 젖은 수건처럼 눅눅하게 몸을 감싸 안아, 숨을 쉴 때마다 물기를 머금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Jiao Xi Zhang Rong Feng Huang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느낀 그 서늘하고 쾌적한 냉기가 아직도 피부 끝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객실 안은 완벽한 온도였지만, 에어컨 바람이 피부의 수분을 바짝 말리기 시작하자 누군가 나직하게 배가 고프다고 속삭였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본능적으로 허기를 느꼈고, 창밖의 밤은 여전히 끈적한 열기로 가득했다. 결국 우리는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복도에 낮게 깔리는 질질 끄는 발소리가 고요한 호텔의 정적을 깨우는 리듬처럼 이어졌고, 편의점의 지나치게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우리는 망고 젤리와 현지 과자, 그리고 차가운 우유 몇 팩을 서둘러 집어 들었다. 돌아오는 길, 밤공기에 섞인 희미한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것은 이 도시가 가진 특유의 체취 같아서, 낯설지만 싫지 않은 안도감을 주었다.
젤리를 씹으며 나누는 불확실한 내일
"너네 진짜 졸업하고 뭐 할 거야? 설마 그냥 집에서 누워만 있을 건 아니지?"
침대 위에 대충 펼쳐놓은 비닐봉지에서 노란 망고 젤리를 꺼내며 누군가 툭 던졌다. 우리는 각자 Jiao Xi Zhang Rong Feng Huang Jiu Dian의 빳빳하고 시원한 가운을 걸친 채, 구름 같은 침구 속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은은한 간접 조명이 방 안의 그림자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우리는 그 안락함에 취해 있었다.
"누워 있는 게 내 인생의 최종 목표인데. 너야말로 취직했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 한 달 뒤면 때려치우고 싶어서 울고 있을걸."
서로를 깎아내리는 말들이 오갔지만, 목소리에는 날이 없었다. 오히려 눅눅한 밤공기를 걷어내는 다정함이 섞여 있었다. 망고의 진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질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불확실한 미래를 안주 삼아 낄낄거렸다. 젤리의 끈적함이 손가락 끝에 남았지만, 그것조차 지금 이 순간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진짜 사회인이 된다고? 그냥 여기서 계속 온천이나 하며 살면 안 되나."
"그럼 돈은 누가 내는데? 네가 낼 거야?"
"아니, 그건 좀 곤란해."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대단한 위로나 격려 같은 건 없었지만, 서로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확인, 그 얕은 공감만으로도 충분한 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멍청함을 확인하며, 다가올 미래의 공포를 잠시 잊기로 했다.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음식들이 사라지고, 떠들썩하던 대화도 어느덧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낮은 기계음과 간헐적인 숨소리만 남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낮에 이용했던 탄산수소염천의 매끄러운 촉감이 여전히 피부 위에 얇은 막처럼 남아 있었다. 비단처럼 미끄러웠던 그 물의 기억이 잠결에도 느껴지는 듯해,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천장의 조명을 끄자 방 안은 금세 짙은 어둠에 잠겼고, 창밖으로는 이란의 여름밤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끔 멀리서 빗소리가 들려왔지만, 두꺼운 커튼이 외부의 소음을 적당히 걸러주어 우리는 안전한 요새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누구 하나 먼저 잠들지 않으려고 버텼지만, 결국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을 천천히 채웠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대단한 깨달음도 없었다. 다만, 함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공기 중에 부유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기억이 되는,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되는 다정한 밤이었다. 그냥 좋은 걸 좋다고 말하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그런 단순한 흐름 속에 머무는 것이 무엇보다 쾌적했다.
시트 끝자락에 남은 망고 향기가 달콤하게 맴돌았다.
- 차가운 녹두사우유와 쫀득한 망고 젤리의 달콤한 조합
- 편의점에서 파는 짭조름한 대만식 팝콘과 시원한 캔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