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시선이 머문 공간
방의 크기는 약 11평이었다. 침대 끝에서 창가까지 걷는 걸음 수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그 적당한 거리감이 오히려 마음을 놓이게 했다. 방 한쪽의 아늑한 다다미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심플하고 세련된 방 전체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공기 중에는 짙은 삼나무 향과 갓 세탁한 리넨의 깨끗한 냄새가 섞여 감돌았다. 반외부형 욕조에 물을 틀자,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방 안의 무거운 정적을 기분 좋게 밀어냈다. 4월의 이란 공기는 기분 좋게 서늘했다. 욕조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이마에 닿는 바람은 날카롭게 차가웠지만, 어깨까지 잠긴 물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극명한 온도 차이가 피부 위에서 선명하게 갈라지는 순간, '아, 내가 정말 이곳에 와 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웰컴 과일 접시에서 작은 포도 한 알이 바닥으로 굴러갔다. 그것이 카펫 위를 데굴데굴 굴러가 멈추는 사소한 과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찰나의 가벼움이 입가에 작은 웃음을 자아냈다.
햇살이 얇은 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와 바닥에 길고 날카로운 선을 그었다. 김 서린 유리창 너머로 상대의 실루엣이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굳이 문장을 만들어 서로에게 전달하지 않아도 되는, 밀도 높은 정적이 흐르는 것이 더 편안했다. 발바닥에 닿는 카펫의 감촉은 예상보다 훨씬 깊고 푹신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욕조에서 올라와 몸을 감싼 타월은 묵직했고, 그 무게감이 오히려 불안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상대가 조용히 건넨 따뜻한 차 한 잔에서 올라오는 옅은 찻잎 향기가 콧등을 부드럽게 스쳤다. 우리는 서로의 고른 호흡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아주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무언가 대단한 계획을 세우거나 특별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는 오후였다. 그저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아주 멀게 느껴질 만큼, 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세계에 잠겨 있었다.
함께 읽어낸 푸른 기억
5층 스파 센터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동시에 짧은 숨을 들이켰다. 공간이 마치 작은 운동장처럼 광활했다. 모든 것이 티 없이 하얗고 깨끗해, 햇볕에 잘 말린 흰 셔츠를 처음 입었을 때의 그 빳빳하고 쾌적한 기분이 전신을 감쌌다. 실내탕의 몽글몽글한 수증기를 지나 실외 구역으로 나갈 때, 피부에 닿는 공기의 밀도가 순식간에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서늘함이 온탕의 뜨거운 열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러운 선율처럼 이어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보폭으로 천천히 걸었다. 고개를 들면 4월의 이란 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동부의 봄은 온통 파란색이었다. 바다의 깊은 파란색과 산의 청량한 푸른색이 겹쳐진, 아주 투명한 파란색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Jiao Xi Zhang Rong Feng Huang Jiu Dian의 탄산수소염천은 피부에 비단 한 겹을 바른 것처럼 미끄러웠다.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고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지구의 중력이 조금은 약해진 것 같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Jiao Xi Zhang Rong Feng Huang Jiu Dian이 가진 고요함과 압도적인 공간감이 우리 두 사람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같은 풍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 원산의 하얀 동화 꽃길을 따라 느릿하게 산책하기
- 정갈한 일본식 정식으로 몸과 마음을 가볍게 채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