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네 개와 세 명의 작은 폭주기관차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팽팽했던 정적은 산산조각 났다. Jiao Xi Zhang Rong Feng Huang Jiu Dian의 로비는 절제된 미학이 돋보이는 심플하고 현대적인 공간이었지만, 우리 가족이 발을 들이는 찰나 그 넓은 공간은 순식간에 좁게 느껴졌다. 아이 둘이 양옆으로 갈라져 질주하기 시작했고, 내 손에는 묵직한 캐리어 두 개가 매달려 있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쫓다 제 가방을 놓쳤고, 바퀴가 대리석 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로비의 높은 천장을 타고 울려 퍼졌다.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편백 향과 대조되는 이 소란스러움. "얘들아, 천천히!"라는 외침은 이미 공중으로 흩어진 지 오래였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첫째는 소파의 매끄러운 가죽 질감을 손톱으로 긁어댔고, 둘째는 어디선가 주워온 작은 돌멩이를 바닥에 굴리며 낄낄거렸다.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상관없었다. 여행이란 원래 계획된 경로에서 기분 좋게 이탈하는 일이니까. 짐을 풀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하얀 시트 위로 다이빙했다. 빳빳했던 리넨이 순식간에 엉망으로 구겨졌지만, 그 무질서함이 오히려 안심이 됐다. 12월의 이란은 밖에서 보면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이 소란스러운 방 안은 이미 가족의 온기로 충분히 데워져 있었다.
당구공의 마찰음과 게살의 달콤함
계획된 일정 따위는 없었다. 아이들은 우연히 발견한 게임룸에서 눈을 반짝였다. 당구대와 탁구대가 놓인 그곳은 아이들에게 거대한 탐험지였다. 둘째가 찬 수풋볼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는 '툭' 소리가 났다. 아이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무용한 일에 온 힘을 쏟는 저 순수한 몰입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의 빗장도 느슨하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어 찾은 수영장에서는 차가운 겨울 공기와 대비되는 뜨끈한 물의 온도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물보라가 튀는 소리와 아이들의 높은 비명이 배경음악처럼 깔리는 오후였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만난 송엽게와 킹크랩 차완무시는 이번 여행의 뜻밖의 선물이었다. 숟가락 끝에 닿는 푸딩 같은 말랑한 질감,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진한 달콤함. 평소 채소를 가리던 아이들이 게살을 집어 먹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화려한 성찬보다 그 작은 그릇 하나가 주는 충만함이 더 컸다. 음식의 맛을 세밀하게 기억하는 나의 오래된 습관 속에, 이 집의 차완무시는 꽤 근사한 기록으로 남았다.
거북섬이 보이는 창가, 겹겹이 쌓인 정적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아이들이 잠든 방 안에는 거짓말처럼 고요가 찾아왔다. 규칙적인 숨소리만이 방 안의 공기를 천천히 밀어내고 있었다. 이제야 오롯이 나의 시간이 왔다. 욕실로 들어가 온천수를 틀었다. Jiao Xi Zhang Rong Feng Huang Jiu Dian의 온천수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유난히 매끄러웠다. 마치 투명하고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르는 기분이었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하루 종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근육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창밖으로는 12월의 북동풍이 유리창을 미세하게 흔들고 있었지만, 물속의 나는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잠시 후 눈을 뜨자 멀리 거북섬의 실루엣이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에 잠겨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한 그 풍경을 가만히 응시했다. 삶이 늘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멀리 있는 섬 하나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남편이 다가와 내 어깨에 보송보송한 수건을 얹어주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은 세상 어떤 대화보다 다정했다. 아이들의 소란함이 걷힌 자리에 남은 것은 적당한 온도의 평온함이었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작은 원을 그리는 단순한 움직임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
다시 짐을 싸는 일, 그리고 남겨진 것들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이제야 이곳이 좋다며 침대 밑으로 파고들었다. 둘째는 호텔에서 준 작은 어메니티를 보물처럼 챙겼고, 짐을 다시 싸는 과정은 올 때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양말 한 짝이 침대 밑에서 발견되고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가는 길에 뒤돌아본 방 안은 묘하게 따뜻해 보였다. 엉망이 된 시트와 흩어진 장난감들은 우리가 여기서 나눈 시간의 지도 같았다. 완벽한 휴가는 없다. 다만 함께 겪은 작은 소동들이 기억의 겹을 이룰 뿐이다. 문을 나서자 12월의 차가운 바람이 다시 뺨을 때렸지만, 뼈마디 깊숙이 스며든 온천의 온기는 여전했다. "또 올 수 있어?"라는 아이의 물음에 나는 대답 대신 웃어 보였다. 백미러로 점점 멀어지는 호텔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꽤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정말로.
- 조식 뷔페의 송엽게 차완무시는 반드시 맛볼 것.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 거북섬 뷰가 보이는 객실을 선택해 새벽의 정적과 푸른 빛의 풍경을 온전히 누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