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지 않다던 이들의 야식 행렬
타오위안의 11월 공기는 셔츠 소매 사이로 기분 좋은 한기를 실어 날랐다. 정처 없이 걷다 마주한 낡은 담벼락의 거친 질감과 낮게 깔린 오후의 햇살을 뒤로하고 Cozzi blu He Yi Fan Dian 로비에 들어서자, 도시의 소음이 파도에 씻겨 내려가듯 툭 끊겼다. 체크인을 마치고 올라온 객실은 이름 그대로 깊은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푸른 빛이었다. 벽면과 가구에 스며든 청색 조명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우리는 그 아늑한 심해 속으로 천천히 고요히 머무했다. 분명 저녁을 든든히 먹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호텔 근처 글로리아 아울렛의 화려한 불빛을 지나 편의점 앞에 멈춰 선 순간 누군가 춘병 이야기를 꺼냈다. 결국 비닐봉지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춘병들을 한가득 안고 방으로 돌아왔다.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지는 비닐 소리가 마치 우리만의 작은 축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들렸다.
춘병 한 입에 섞여 든 시시콜콜한 고백들
"야, 너 아까 분명히 배 안 고프다고 했잖아. 다이어트한다고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냐?"
침대 위에 춘병 봉지를 쏟아놓으며 친구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손은 이미 춘병 하나를 빠르게 낚아챈 뒤였다. 나는 짭조름한 기름 향이 코끝을 찌르는 춘병을 집어 들며 대답했다.
"춘병 냄새는 다이어트 의지보다 강해. 이건 식욕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라고."
우리는 넓은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조금은 눅눅해졌지만 여전히 고소한 춘병을 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짭짤한 맛과 함께 대화는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의 '찬란한 실패'들로 흘러갔다.
"생각해 봐. 우리 77예술마을 갔을 때, 커피 한 잔 마시겠다고 3킬로미터를 돌아갔잖아. 그게 제정신으로 가능한 일이야?"
"그게 여행이지. 효율만 따질 거면 집에서 지도나 보고 있었겠지. 길을 잃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
"그래도 너, 아까 지형 예술제에서 길 잃었을 때 표정 진짜 가관이었어. 세상 모든 지도를 잃어버린 표정으로 표지판 쳐다보던 거, 내가 다 기억해."
우리는 서로의 멍청했던 순간들을 안주 삼아 씹으며 낄낄거렸다. Cozzi blu He Yi Fan Dian의 쾌적하고 넓은 공간 덕분에 우리의 웃음소리는 벽에 부딪혀 기분 좋게 되돌아왔다. 만약 좁은 방이었다면 서로의 어깨가 닿아 투덜거렸겠지만, 여기서는 각자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채로 기분 좋게 게으를 수 있었다. 춘병의 온기보다 더 따뜻한 유대감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포만감이 밀려온 뒤의 푸른 침묵
춘병 봉지가 비워지고 대화의 밀도도 서서히 낮아졌다. 방 안에는 다시 깊은 바다 같은 푸른 정적이 찾아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오위안의 야경은 무심하게 반짝였고, 실내의 파란색은 이제 차분한 휴식의 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바스락거리는 하얀 침구 속으로 몸을 깊숙이 밀어 넣었다. 빳빳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의 촉감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쾌적했다. 서늘한 11월의 밤공기가 창틈으로 아주 조금 스며들었지만, 이불의 묵직한 온기가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길을 좀 잃었고, 계획에 없던 간식을 먹었으며, 넓은 침대에서 친구들과 뒹굴거렸을 뿐이다. 하지만 그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이번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조각이었다.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되는 공간, 그냥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밤. 나는 눈을 감으며 내일은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란 방의 정적 속에 누워 있으니,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 기분이었다.
- 강기 춘병: 눅눅해져도 맛있는, 타오위안의 소박한 오후를 닮은 맛
- 엑스파크 수족관: 호텔 근처에서 푸른 바다의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