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에 닿은 룬빙의 온기와 3월의 망설임
체크인을 마치고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타오위안의 룬빙이었다. 얇게 펴낸 밀가루 피가 기름에 튀겨져 내는 고소한 향이 코끝을 먼저 자극했다.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한 채소의 식감과 은은한 달콤함이 입안에서 정직하게 굴러다녔다. 3월의 타오위안은 공기가 눅눅하면서도 가끔 정체 모를 온기가 섞여 드는, 계절의 경계에 서 있었다. 겉옷 속의 스웨터를 입었다 벗었다 하며 이 계절의 망설임을 온몸으로 느끼던 참이었다. 룬빙의 온도는 적당했다. 너무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그 미지근한 상태가 지금의 날씨와 꼭 닮아 있었다. '딱 지금 같네'라고 중얼거린 나의 말에 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룬빙의 얇은 피가 입술에 닿는 매끄러운 감촉과 짭짤하고 달콤한 맛의 조화는 낯선 도시가 주는 긴장을 부드럽게 녹여내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그렇게 아주 천천히, 이 공간이 가진 느릿한 속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푸른 잉크를 떨어뜨린 심해의 안식처
방의 문을 열자 `Cozzi blu He Yi Fan Dian`만이 가진 독보적인 색채가 우리를 맞이했다. 객실은 온통 깊은 바다를 닮은 푸른색이었다. 세련된 해양 스타일의 인테리어는 마치 푸른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린 거대한 물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천장부터 벽면까지 이어지는 짙은 푸른 색조는 시각적인 소음을 지워주었고, 그 덕분에 마음속의 소란함마저 함께 고요해졌다. 몸을 던진 침대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묵직했다. 매트리스가 내 무게를 포근하게 받아내는 느낌에, 나는 이 속에서 세 번쯤 굴러도 침대 끝에 닿지 않겠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3월의 햇살이 커튼 틈으로 가늘게 스며들어 바닥의 푸른 카펫 위에 옅은 무늬를 그렸다. 창밖으로는 엑스파크의 소란함이 아주 멀게 들려왔는데, 그 아득한 소음이 오히려 방 안의 정적을 더 선명하게 돋보이게 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닿는 바닥의 촉감은 매끄러웠고, 발가락 사이로 전해지는 온도는 쾌적했다. 가구의 모서리는 둥글게 마감되어 날카로움이 없었고, 낮게 깔린 조명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우리를 더 깊은 휴식으로 이끌었다. 이곳의 푸른색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바닷속 산호초 숲에 숨어든 것처럼 포근했다. 우리가 함께 누운 시트가 바스락거리는 규칙적인 소리를 냈고, 밖은 여전히 습하고 변덕스러운 봄날이었지만 이 방 안만큼은 완벽하게 통제된 평온함이 유지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다.
흩어진 물방울이 가르쳐준 적당한 거리
테이블 위에 투명한 물 컵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네가 물을 마시다 컵을 살짝 놓쳤고, 투명한 물 몇 방울이 짙은 색의 테이블 위에 보석처럼 흩어졌다. 너는 당황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였지만, 나는 그냥 괜찮다며 휴지를 한 장 뽑아 그것을 천천히 닦아냈다. 휴지가 물기를 머금고 눅눅해지는 그 짧은 찰나,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특별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그 사소한 실수가 오히려 우리 사이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보이지 않는 긴장을 툭 끊어내 주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천장의 푸른 색조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고른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거리. 우리는 서로에게 거창한 약속이나 먼 미래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방의 온도가 좋다고, 이 푸른색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현재라는 시간 속에 머물렀다. 네 어깨 위에 작은 보풀 하나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떼어냈을 때, 너는 살짝 몸을 움츠렸고 우리는 동시에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3월의 타오위안은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우리 사이의 거리도 딱 그만큼이었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서로의 존재를 충분히 느끼면서도 각자의 숨을 쉴 수 있는 적당한 간격. 우리는 그 간격을 유지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하러 온 여행은 아니었지만, 이 푸른 방에서 너와 함께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그 무용한 시간이 사실은 가장 밀도 높은 사랑의 시간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게 될 것이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우리는 또다시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푸른 방의 고요함 속에 우리의 숨소리만 남았다.
- 타오위안역 근처에서 갓 튀겨낸 룬빙의 고소한 봄맛을 느껴보길 권한다.
- 엑스파크의 신비로운 바다를 구경한 뒤 `Cozzi blu He Yi Fan Dian`의 넓은 침대에 몸을 맡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