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기억나? 3월의 타오위안은 묘하게 눅눅했고, 우리는 그곳에서 꽤나 소란스러웠지. 서로의 엉뚱한 선택을 비웃으며 보냈던 그 찰나의 조각들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일렁이고 있어.
5년 뒤에도 파도처럼 밀려올 타오위안의 기억들
심해의 고요를 닮은 파란색의 안식처: Cozzi blu He Yi Fan Dian의 문을 열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멈췄다. 방 전체를 감싼 짙은 푸른빛은 마치 거대한 수족관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여기서 잠들면 정말 물고기가 될 것 같아"라는 누군가의 농담에 우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3월의 끈적한 습기를 말끔히 씻어내던 그 순간의 쾌적함, 그리고 세련된 오션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주는 몰입감은 우리를 깊은 바닷속 안식처로 안내하는 초대장 같았다.
화타이 명품성에서의 무모한 패션쇼: 13분 남짓한 산책길, 우리는 누가 더 '괴상한' 옷을 찾아내는지 내기를 했지. 까슬까슬한 소재의 원색 재킷이나 지나치게 반짝이는 셔츠처럼, 각자의 취향이라 주장했지만 객관적으로는 절대 입을 일 없는 옷들을 들고나와 서로의 안목을 툴툴대던 그 소란스러운 공기가 기억나. 따가운 3월의 햇살 아래, 억지스러운 옷차림을 한 채 낄낄거리던 우리의 표정은 그 어떤 명품보다 더 빛나고 자유로웠으며, 화려한 쇼윈도에 반사된 우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코미디 영화 같았다.
강기 룬빙의 낯설고 다정한 맛: 타오위안 역 근처, 길게 늘어선 줄 끝에서 만난 룬빙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어.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얇은 밀전병 속에 말아 넣은 정체 모를 재료들이 입안에서 엉키며 달콤하고 짭짤한 맛을 냈는데, 쫄깃한 반죽과 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어우러진 그 묘한 중독성에 우리는 금세 매료되었지.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며 나누던 시시콜콜한 대화들, 그리고 길거리의 소음마저 배경음악처럼 느껴지던 그 소박한 식사는 여행의 빈틈을 가장 따뜻하게 채워준 순간이었다.
셔틀버스 창가에 기대어 나눈 정적: 고속철도역으로 향하는 작은 버스 안, 짐 가방과 씨름하느라 진을 다 뺀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어. 덜컹거리는 버스의 진동과 창밖으로 흐르는 타오위안의 풍경, 가끔 스치는 흙내음과 해빙의 기운이 섞여 들던 시간. 누군가의 고른 숨소리가 들릴 만큼 고요했던 그 정적 속에서,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우리 사이를 메웠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낯선 간판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던 그 시간은 말보다 더 깊은 신뢰의 대화였다.
5년 뒤, 이 기록의 봉인을 풀었을 때
우리가 그때 어떤 옷을 샀는지,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는 아마 희미해졌겠지. 하지만 Cozzi blu He Yi Fan Dian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했던 파란 조명과, 복도 너머로 들려오던 낯선 여행객들의 낮은 웃음소리는 선명하게 남을 거야. 느닷없이 쏟아진 소나기에 젖은 어깨를 맞대고 "별로 나쁘지 않네"라고 속삭이던 그 찰나의 온도.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함께였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그 무용하고도 아름다운 시간들이 우리를 다시 이곳으로 불러들일지도 몰라.
캐리어 구석에 묻어온 타오위안의 3월 냄새를 간직하며.
- 화타이 명품성에서 일부러 길을 잃고 낯선 골목을 헤매어 볼 것.
- Cozzi blu He Yi Fan Dian의 바에서 칵테일 한 잔과 함께 바다의 정취를 느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