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호텔 슬리퍼를 신었다. 작은 발보다 훨씬 컸던 슬리퍼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뒤꿈치가 바닥에 끌리며 '쉭, 쉭' 하는 리듬감 있는 소리를 냈다. 아이는 그 소리가 마치 비밀스러운 신호라도 되는 양 즐거워하며 복도를 몇 번이고 왕복했다. 나는 그 천진난만한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짐을 풀었다. Cozzi blu He Yi Fan Dian의 객실은 온통 깊은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푸른 빛으로 가득했다. 11월의 타오위안 공기는 피부에 닿을 때마다 기분 좋게 서늘했고, 창밖에서 비스듬히 꺾여 들어온 오후의 햇살은 푸른 방 안에서 묘한 색조의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게 부서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소란함마저 푸른 정적으로 바뀌는 곳, 왜 이곳이어야 했을까?
가족 여행은 언제나 정교한 팀 작전과 같다. 유모차와 기저귀 가방, 그리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변덕까지 모두 챙겨야 하기에, 동선이 짧은 곳이야말로 최고의 휴양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완벽한 안식처였다. 호텔 문을 나서면 엑스파크 수족관과 쇼핑몰, 글로리아 아울렛이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연결되어 있다. 아이들이 갑자기 걷기 싫다며 바닥에 눕거나 첫째가 고집을 피워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저 조금 더 천천히, 함께 걸으면 그만이니까. 공항철도역과 고속철도역이 인접해 이동의 피로가 적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11월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지붕이 있는 쾌적한 인도를 걷는 일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무엇보다 Cozzi blu He Yi Fan Dian의 시그니처인 푸른 색감이 주는 묘한 정적이 있었다. 밖에서는 에너지를 쏟으며 소란스럽게 뛰어놀던 아이들이 방에 들어와 은은한 파란 조명을 받는 순간,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 그 고요한 푸른색의 품에 안겨 누워 있으면,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작은 눈동자에 담긴 심해의 세계, 아이는 무엇에 마음을 뺏겼을까?
엑스파크에서의 시간은 마치 거대한 물방울 속에 갇힌 것 같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압도적인 크기의 수조 앞에 누워,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유영하는 물고기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는 내 옷자락을 꼭 쥔 채 "엄마, 물고기들도 잠을 자요?"라고 속삭였다. 나는 정답을 몰랐기에 그저 함께 바라보자고 답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 파란 물결 속을 유영하는 생명체들의 느릿한 움직임을 관찰했다. 수조의 푸른 빛이 천장까지 번져나가 방 전체가 깊은 바닷속으로 변한 기분이었다. 화려한 장식보다 단순한 색감이 주는 평온함이 마음을 어루만졌다. 아이의 맑은 눈동자 속에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별처럼 맺혔다. 생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용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 무용한 시간이 바로 여행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그저 물속의 고요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아이는 충분히 만족했다. 손끝에 닿는 수조 유리의 서늘함과 그 너머의 정적. 그 선명한 대비 속에서 아이는 어느새 내 팔을 베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규칙적인 숨소리가 파란 방의 공기와 섞여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체크아웃 뒤에 남겨진 온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아침 식사 뷔페에서 맛본 무 떡의 말랑한 식감이 기억난다. 조금 과하게 부드러웠지만, 둘째는 그 촉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접시 가득 무 떡을 담아왔다. 식사 후 우리는 근처의 77 예술마을로 향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일본식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곳에서, 나무 복도를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삐걱' 소리가 정겹게 다가왔다. 그것은 현대적인 Cozzi blu He Yi Fan Dian의 매끄러운 타일 바닥과는 전혀 다른, 거칠지만 따뜻한 삶의 감각이었다. 11월의 투명한 햇볕 아래서 마신 따뜻한 커피 한 잔, 컵에서 올라오는 온기가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거창한 깨달음은 없었다. 다만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내가 그 웃음을 가만히 관찰하며, 적당한 온도의 바람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는 사실만이 소중하게 남았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우리는 그때도 아마 커다란 슬리퍼를 끌며 복도를 걷고 있을 것이다.
파란 조명이 꺼진 방,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꽉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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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 예술마을의 낡은 나무 복도를 천천히 걸으며 가을 햇살의 정취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