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물감을 쏟아부은 하늘 아래, 서툰 발걸음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누가 가장 먼저 소지품을 잃어버릴 것인가라는 사소하고도 치열한 내기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셋 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지만, 대신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씩 늦게 모이는 기묘한 일치를 보였다. 시월의 타이베이 공기는 건조하면서도 가벼웠고, 피부에 닿는 바람은 적당히 서늘했다. 역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는 길, 캐리어 바퀴가 보도블록의 틈새를 치며 내는 규칙적인 소음이 리듬처럼 울려 퍼졌다. 한 명은 구글 지도를 거꾸로 든 채 당당하게 앞장섰고, 다른 한 명은 끊임없이 배가 고프다며 칭얼거렸다. "이 길이 맞긴 한 거야?" 누군가의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우리는 그저 얇은 가디건 소매를 걷어 올리며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했다. 고개를 들면 하늘은 지나치게 파랬다. 마치 누군가 색칠 공부를 하다가 실수로 파란색 물감을 통째로 쏟아부은 것처럼, 비현실적인 채도의 푸름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무용한 배회가 선물한 뜻밖의 정적
효율적인 최단 거리 대신, 우리는 묘하게 꼬인 골목의 유혹에 이끌려 들어섰다. 지도 앱은 계속해서 방향을 틀라고 날카롭게 지시했지만, 우리는 그 기계적인 명령을 무시하기로 했다. 시월의 햇살은 피부에 닿을 때마다 미지근한 온기를 남겼고, 골목 깊숙이 들어갈수록 도시의 소음은 멀어졌다. 어느 이름 모를 골목 끝에서 우리는 작은 잡화점 하나를 발견했다. 주인 노인이 깊은 낮잠에 빠져 있던 그곳에는, 빛바랜 꽃다발들이 줄지어 서서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약 오 분 정도 말없이 멈춰 섰다. 특별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바랜 꽃잎의 색깔을 응시하고, 멀리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서 있을 뿐이었다. 잘못 든 길 덕분에 우리는 타이베이의 가을이 얼마나 고요할 수 있는지, 그리고 효율적인 경로보다 무용한 배회가 얼마나 더 큰 충만함을 주는지 깨달았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 도시의 소음을 지우는 우아한 품
마침내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정문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경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투명한 유리문이었다. 너무 깨끗한 나머지 한 친구가 이마를 부딪힐 뻔했고, 우리는 그 찰나의 소동에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로비로 들어서자 송대 예술의 절제미가 흐르는 공간이 펼쳐졌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단정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고, 은은하게 퍼지는 샌들우드 향이 여행자의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혀 주었다. 배정받은 객실의 침대에 몸을 던졌을 때, 면 시트의 서늘하고 빳빳한 촉감이 피부에 닿으며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 창밖으로는 타이베이 일공일 빌딩이 거대한 은색 바늘처럼 하늘을 찌르며 서 있었다. 우리는 그 압도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누가 먼저 샤워를 할 것인지 유치한 가위바위보를 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찾은 파 이스턴 카페는 미식의 전시장 같았다. 열두 가지 테마의 음식들이 화려하게 줄지어 있었는데, 특히 조스퍼 그릴에서 갓 구워져 나온 립의 향이 강렬했다. 직화로 구운 고기의 그을린 냄새와 달콤한 소스가 섞여 코끝을 자극했고,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진한 육즙이 폭발했다. 대만식 우육면은 국물이 깊고 진했으며, 면발은 적당한 탄력을 유지해 씹는 재미가 있었다. 일본 요리 코너의 생선회는 혀끝에서 매끄럽게 사라지며 청량감을 주었다. 우리는 접시 가득 음식을 담아와 서로의 식성을 비웃으면서도 쉼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디저트 코너의 벨기에 초콜릿 용암 케이크를 반으로 갈랐을 때, 뜨거운 초콜릿이 마치 용암처럼 천천히 흘러내렸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초콜릿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차가운 온도 차이는 황홀한 자극이었다. 배가 터질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집어넣는, 럭셔리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였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頂樓游泳池의 푸른 물결이 도시의 야경과 어우러진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객실로 돌아와 두꺼운 커튼을 치자 방 안은 금세 아늑한 요새가 되었고, 우리는 각자의 침대에 누워 천장의 무늬를 세었다. 구석에 던져진 운동화처럼, 우리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된 순간이었다. 나쁘지 않은, 아니 아주 완벽한 밤이었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천천히 흐릿해졌다.
- 조스퍼 그릴의 립과 용암 초콜릿 케이크의 달콤한 조화를 놓치지 말 것
- 시월의 타이베이는 가벼운 가디건 하나면 충분하니 짐을 최소화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