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타이베이는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피부에 눅눅하게 달라붙는다. 하지만 그 무게감이 싫지 않았다. 마치 도시 전체가 우리 가족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느낌이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바깥의 소란스러운 경적 소리는 마법처럼 사라지고 은은한 침향과 백차의 향기가 섞인 고요한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우아한 가족 여행을 꿈꿨지만, 현실은 짐 가방과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뒤섞인 작은 전쟁터였다. "엄마, 여기 진짜 성 같아!" 첫째의 외침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가족 여행의 본질이니까. 70%의 힘만 쓰기로 다짐했건만, 아이들의 에너지를 따라가다 보니 이미 100%를 소진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은 소모됨이, 우리가 함께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처럼 느껴져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우리가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 조각들
진한 우육면: 6층 원동 카페의 활기찬 소음 속에 놓인 한 그릇.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고기 육수의 향이 코끝을 자극하고, 쫄깃한 면발이 입술에 닿는 감촉이 일품이다. 국물을 튀긴 막내의 턱 끝을 보고 첫째가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그 작은 웃음소리가 식당의 웅성거림 속에 기분 좋게 스며들었다. 막내가 가장 먼저 이 진한 풍미를 발견했다.
루프탑 수영장의 푸른 물: 43층으로 빠르게 솟구치는 엘리베이터의 속도감이 심장을 간지럽힌다. 물은 생각보다 서늘했다. 4월의 끈적한 바람과 대비되는 그 서늘함이 피부에 닿는 순간, 비로소 일상을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물결을 따라 일렁이는 타이베이의 흐릿한 하늘을 아버지가 가만히 응시하며 깊은 숨을 내뱉었다. 아버지가 가장 먼저 이 고요한 평화를 알아챘다.
용암 초콜릿 케이크: 디저트 코너에서 만난 작은 예술품. 포크가 닿는 찰나, 갇혀 있던 뜨겁고 진득한 초콜릿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쌉싸름하면서도 강렬한 단맛이 혀끝을 감쌀 때, 아이들의 눈이 동시에 동그랗게 커졌다. 입가에 초콜릿을 묻힌 채 서로를 바라보던 그 찰나의 순수한 표정을 둘째가 먼저 포착했다.
커다란 호텔 가운: 아이들에게는 옷이라기보다 거대한 하얀 구름 조각에 가까웠다. 바닥을 질질 끌며 복도를 뛰어다니는 둘째의 뒷모습 위로, 보들보들한 면의 촉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흰 천이 복도의 두꺼운 카펫 위를 쓸고 지나가는 '슥슥' 소리가 리듬감 있게 울려 퍼졌다. 무용한 시간의 완벽한 즐거움을 둘째가 몸소 보여주었다.
창밖의 101 타워: 습한 공기 탓에 윤곽이 몽환적으로 흐릿했다. 하지만 그 불투명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너무 선명하지 않아도 충분한, 마치 수채화 같은 야경이었다. 첫째가 창문에 코를 납작하게 붙이고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석 세듯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첫째가 이 도시의 낭만을 가장 먼저 발견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아이들이 거실 소파에 엉켜 잠든, 포근한 꿈결 같은 풍경. (사진)
- 원동 카페의 조스퍼 그릴 숯불 구이는 육즙이 풍부해 꼭 경험해볼 것을 추천한다.
- 4월의 양명산 나비 축제와 일정을 묶으면 동선이 효율적이고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