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가두는 짙은 막
두툼한 벨벳 커튼. 손끝에 닿는 감촉은 묵직하면서도 서늘했고, 짙은 색감의 천이 바닥에 살짝 끌리며 내는 낮은 마찰음은 방 안의 정적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창밖의 타이베이 일공일 타워를 완전히 지워버릴 만큼의 밀도 높은 어둠. 그 너머의 소란스러운 도시 소음이 이 두꺼운 천 한 겹에 막혀 아득한 파도 소리처럼 들려왔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백차 향과 빳빳하게 다려진 리넨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빛조차 투과하지 못하는 그 견고한 질감은 마치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해 준비된 작은 동굴처럼 느껴졌다.
커튼 틈새로 스며든 대화
"지금 열어볼까?"
그가 나지막이 물었다. 나는 침대의 푹신한 품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지금 이 온도가 딱 좋으니까."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3월의 타이베이는 묘했다. 기온은 적당했지만, 습도가 피부에 눅진하게 달라붙어 외투를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하는 날씨였다. 하지만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객실 안은 완벽한 쾌적함뿐이었다.
"아까 먹은 우육면, 국물이 정말 진했지."
"응, 면의 식감이 딱 좋았어. 대만 특유의 구수한 풍미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원동 카페에서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조스퍼 그릴에서 직화로 구워낸 고기의 진한 불향이 코끝을 스치는 듯했고, 숟가락을 넣는 순간 뜨거운 초콜릿이 폭포처럼 흘러나오던 흑초콜릿 용암 케이크의 달콤함이 혀끝에 다시금 맴돌았다.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그저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함께 게으름을 피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캐리어는 어느새 룸서비스 접시를 올려둔 임시 테이블이 되어 있었지만, 그런 무용함이 주는 편안함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우리만의 작은 성벽이 된 기억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문을 나설 때, 나는 다시 한번 그 벨벳 커튼의 무게를 떠올렸다. 그것은 단순히 빛을 차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의 속도와 우리의 속도를 분리해 주는 다정한 성벽이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중식풍 우아함이 깃든 인테리어와 고층 객실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파노라마, 그리고 지친 몸을 녹여주던 스파의 온기와 옥상 수영장의 푸른 물결까지. 그 모든 화려함보다 더 소중했던 것은 커튼 틈새로 새어 나오던 가느다란 빛줄기를 함께 바라보며 누워 있던 정지된 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더 노력하자거나 힘내라는 말 대신, 좋은 것을 보았을 때 "좋다"고 말했고,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맛있다"고 했다. 그 담백한 긍정들이 겹겹이 쌓여 우리의 시간을 채웠다. 여행은 결국 낯선 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내 곁의 사람이 짓는 가장 편안한 표정을 관찰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훑어본 사진들은 대부분 초점이 나가 흐릿했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그날의 공기와 분위기를 더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편안했던, 3월의 타이베이. 다시 그곳에 간다면 나는 또다시 그 무거운 커튼 뒤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창가에 놓인 찻잔의 온기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가만히 서로를 응시했다.
- 원동 카페의 조스퍼 그릴 요리와 진한 우육면의 조화를 꼭 경험해 보세요.
- 3월의 변덕스러운 타이베이 날씨에 대비해 가벼운 가디건을 챙기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