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추위에 굴복하는지 내기를 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 로비에 들어설 때까지 우리는 모두 꼿꼿한 척했다. 하지만 육중한 문이 열리고 대만 특유의 눅눅하고 습한 공기가 훅 끼쳐오자마자 다들 어깨를 움츠렸다. 코끝이 발그레해진 세 사람이 서로의 몰골을 보며 낄낄거렸다. 마치 길을 잃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펭귄 세 마리 같았다.
조스퍼 그릴에서는 정직하고 묵직한 숯불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지글거리며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식당의 소란함 속에 리듬감 있게 섞였다. 진한 육수가 배어든 우육면은 혀끝에 묵직하게 감겼고, 면발은 기분 좋은 저항감을 주며 씹혔다. 디저트로 나온 초콜릿 용암 케이크는 포크 끝에 천천히, 아주 느리게 검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진득한 달콤함이 입안 가득 고였다.
"나 이번 여행에서는 진짜 샐러드만 먹을 거야." 그렇게 호언장담하던 친구의 접시를 보았다. 구운 소고기 세 점과 바삭하게 튀긴 새우가 에베레스트산처럼 높게 쌓여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응시했고, 친구는 뜨끔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다이어트는 원래 내일부터, 혹은 다음 여행부터 하는 법이니까.
1월의 루프탑 수영장. 수면 위로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피부에 닿는 공기는 여전히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우리는 물가에 서서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온수라고는 하지만 이 추위에 누가 먼저 뛰어들 것인가. 마치 생존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한 명씩 조심스럽게 발끝부터 담갔다. 시린 공기와 뜨끈한 물의 극명한 대비가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새벽 6시. 방 안은 아직 어스름한 보랏빛이었다. 창밖의 도시가 짙은 남색에서 옅은 회색으로, 다시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과정을 숨죽여 지켜봤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에어컨이 낮게 웅웅거리는 기계음만이 공간을 채웠다. 그 정적이 오히려 아늑했다. 굳이 어떤 말로든 이 공백을 채울 필요가 없는, 완벽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카펫은 발목이 잠길 만큼 두툼했다. 걸음마다 발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키는 그 촉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우아한 중식풍 가구들이 주는 묵직한 안정감과 빳빳하게 다려진 흰 시트가 살결에 닿을 때, 비로소 여행의 실감이 났다. 이 안락한 요새 속에 그대로 파묻혀 영원히 누워 있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광둥식 요리 코너를 찾으려다 길을 잃고 엉뚱하게 디저트 구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홍콩식 에그타르트가 식사인지 간식인지에 대해 20분 동안이나 진지하게 토론했다.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맛있으면 그것이 곧 식사다. 우리는 승리감에 도취해 에그타르트를 한 접시 더 가져왔다. 예상치 못한 경로가 준 달콤한 보너스였다.
호텔을 나서는 길, 다시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우리는 대단한 소회나 감동적인 작별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그저 침대가 너무 편했다는, 그 단순한 감탄사만 반복해서 읊조렸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그래서 더 충분했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 그 포근한 시트 속으로 다시 다이빙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충분한 여행이었다.
반쯤 남은 커피 잔 위로 투명한 겨울 햇살이 내려앉아 있었다.
- 조스퍼 그릴의 초콜릿 용암 케이크는 무조건이야. 진짜 인생 디저트거든.
- 루프탑 수영장에서 도시 전경 보며 멍 때리기, 이건 꼭 해봐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