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외투를 벗어던진, 소란스러운 환대의 시작
2월의 타이베이는 눅눅한 외투처럼 몸에 달라붙는 서늘함이 있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육중한 회전문을 통과하는 순간, 바깥의 회색빛 공기는 마법처럼 차단되고 은은한 침향과 따스한 조명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이미 각자의 탐험을 시작했다. 첫째는 천장의 정교한 중식 문양을 올려다보며 "여기 진짜 궁전 같아!"라고 외쳤고, 둘째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배고프다는 말을 리듬감 있게 반복하며 칭얼거렸다. 대리석 바닥을 구르는 캐리어의 묵직한 마찰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고, 직원들의 정중한 미소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소란함이 묘하게 섞여 들었다. 짐을 옮겨주는 벨맨의 능숙한 손길과 그 옆에서 깡충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였다.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이 찰나의 소란함이야말로 우리가 기다려온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가장 시끄럽고도 행복한 방식으로 이곳의 일원이 되었다.
숯불의 향연과 구름 위 온수 풀에서의 조우
계획 같은 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6층 파 이스턴 카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이들은 이미 메뉴판의 사진들을 훑으며 어떤 음식을 먼저 먹을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한 것은 조스퍼 그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숯불 향이었다. 육즙이 팡 터지는 늑간살의 고소함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우육면의 진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갈 때, 비로소 긴장이 풀리며 몸이 이완되었다. 특히 초콜릿 용암 케이크의 중심을 포크로 찌르자 쏟아져 나온 진한 초콜릿 폭포에 둘째는 "화산이 터졌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주변 사람들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고, 나 역시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배를 채운 뒤 찾아간 43층 루프탑 수영장은 이번 여행의 뜻밖의 발견이었다. 뺨을 스치는 서늘한 겨울바람과 대비되는 매끄러운 온수의 온기, 그리고 고개를 들면 손을 뻗어 닿을 듯한 타이베이 101 타워의 위용이 압도적이었다. 물속에 몸을 담그면 피부에 닿는 물결이 비단처럼 부드러웠고, 아이들은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으슬으슬 떨면서도 곧바로 제공된 두툼하고 보송한 가운 속에 몸을 파묻고는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단순한 반복이 주는 즐거움, 그리고 도시의 소음을 잊은 채 구름 위를 유영하는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해방감을 선사했다.
도시의 불빛이 잠든 시간, 오롯이 나를 위한 정적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진 밤, 방 안에는 비로소 묵직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풍스러운 중식 스타일의 짙은 목재 가구들이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부드러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창밖으로는 101 타워의 불빛이 보석처럼 깜빡이며 도시의 밤을 수놓았다. 미지근해진 차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낮 동안의 소란함을 되짚어보았다. 욕실의 매끄러운 타일이 발바닥에 닿는 적당한 온기, 갓 세탁한 수건에서 풍기는 빳빳하고 깨끗한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촉감이 뺨에 닿을 때 느껴지는 안락함은 육아라는 긴 전쟁 끝에 얻은 달콤한 전리품 같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의 엄마가 아닌, 그냥 나로 있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 그저 곁에서 고르게 숨을 쉬는 아이들의 온기만으로도 공간은 충분히 꽉 차 있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정갈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속에서, 나는 무용한 시간이야말로 가장 사치스러운 휴식임을 깨달았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따뜻한 방, 적당한 온도,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숨소리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양말 한 짝의 추억을 챙겨 떠나는 길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이제야 이곳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가지 않겠다며 침대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짐을 챙기다 소파 밑에서 툭 튀어나온, 어제 잃어버린 줄 알고 한참을 찾았던 양말 한 짝을 발견하고 우리는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로비를 나서는 길, 2월의 공기는 여전히 눅눅하고 서늘했지만, 몸속에 저장된 온기 덕분에 충분히 견딜 만했다. 다시 이곳에 오게 된다면, 그때도 여전히 아무런 계획 없이 그저 누워 있고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가장 게으르고 완벽한 여행을 하고 싶다.
- 파 이스턴 카페의 조스퍼 그릴 육류 요리와 달콤한 초콜릿 용암 케이크의 조합을 추천한다.
- 43층 루프탑 수영장에서 타이베이 101 타워를 배경으로 서늘한 바람과 온수의 대비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