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란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물건들
폭신한 흰색 가운: 구름을 몸에 두른 듯한 보드라운 촉감과 소매 끝이 바닥을 쓸며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 셋이 나란히 입고 로비를 배회하던 우리의 모습이 마치 정체불명의 수행단 같았음을, 이 가운은 묵묵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조식 뷔페의 커다란 도자기 접시: 숯불 향이 진하게 밴 돼지갈비의 육즙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우육면의 진한 내음. 누가 더 높이 쌓나 내기를 하며 탐욕스럽게 음식을 담던 우리의 치열한 식욕과 낄낄거림을 이 접시는 모두 받아냈다.
루프탑 수영장의 미지근한 물: 피부에 닿는 끈적한 습기와 대비되는 매끄러운 물의 감촉, 귓가를 울리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우아한 휴양객인 척 시작했지만 결국 서로에게 물벼락을 퍼붓던 우리의 유치한 전쟁을 이 물결은 기억한다.
침대 옆의 은은한 스탠드: 눈이 편안해지는 따스한 호박색 불빛, 바스락거리는 과자 봉지 소리와 함께 섞인 낮은 속삭임. 새벽 세 시까지 인생의 정답 같은 건 없다고 결론 내리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우리의 무용한 밤을 지켜보았다.
로비의 차갑고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발바닥에 닿는 서늘한 냉기, 젖은 운동화가 바닥과 마찰하며 내는 뽀드득거리는 우스꽝스러운 소리. 갑작스러운 비에 젖어 허둥대면서도 그 소리가 웃겨 한참을 멈춰 서 있던 우리의 서툰 발걸음을 기억한다.
만약 이 공간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설명한다면
아마 이 공간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묘사한다면, '우아한 정적을 깨뜨리는 소란스러운 불청객들'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타이베이의 눅눅하고 끈적이는 공기를 뚫고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역에서 호텔까지 걷는 짧은 거리조차 정글 탐험이라도 하듯 헉헉거리며 걸었지만,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공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차 향기와 송나라 시대의 미학이 깃든 정갈한 중식 스타일의 인테리어, 그리고 묵직한 다크 우드 톤의 가구들이 주는 압도적인 평온함. 그 정적과 우리의 소음 사이의 괴리가 묘하게 즐거웠다.
"와, 여기 진짜 궁전 아니야?" 누군가의 감탄 섞인 혼잣말이 로비에 울려 퍼졌다. 특히 원동 카페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트러플 마요네즈를 곁들인 버터플라이 새우의 고소한 풍미가 코끝을 자극했고, 입안에서 진득하게 터져 나오던 흑초콜릿 용암 케이크의 달콤함은 여행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내 주었다. 우리는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잠시 금기어로 설정하고 오직 미각의 쾌락에만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5월의 습도는 여전히 높았고 옷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지만, 에어컨 바람이 서늘하게 흐르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층 객실의 창밖으로 펼쳐진 타이베이의 화려한 야경은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듯 반짝였고, 우리는 그 풍경을 배경 삼아 다시 한번 무의미한 수다를 떨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러 온 여행은 아니었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공간에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져 뒹굴거리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주는 안도감이 우리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주었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고요한 품 안에서 우리는 가장 시끄럽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현관에 가지런히 놓인 젖은 운동화 위로,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길게 내려앉았다.
- 원동 카페의 숯불 구이 요리와 진득한 용암 초콜릿 케이크는 필수 코스.
- 비 오는 날, 루프탑 수영장에서 타이베이 일공일 타워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