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생각보다 조용하네."
"여기, 생각보다 조용하네." 그가 창밖의 도시 소음을 가로지르는 정적을 느끼며 말했다. 나는 빳빳한 침대 끝에 걸터앉아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렇네. 너무 화려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피한 채 나직하게 읊조렸다. 낯선 도시의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우리 사이에는 옅은 어색함이 안개처럼 내려앉아 있었다. "배고프지 않아?"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우리가 이 방에 들어와 나눈 첫 번째 대화였다.
무용한 시간들이 주는 다정한 안도감
台北遠東香格리라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오래된 서책의 향기와 갓 우려낸 우롱차의 쌉싸름한 내음이 섞인 공기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선 다안구의 골목길은 관광객의 소란함이 닿지 않는 고요한 섬 같았다. 낡은 세탁소의 스팀 소리와 동네 사람들이 줄을 선 아침 식사 가게의 고소한 기름 냄새, 그리고 무심하게 놓인 편의점들이 흩어져 있었다. 웅장한 호텔의 외벽 바로 너머에 이런 소박한 일상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9월의 타이베이는 여전히 끈적였고, 피부에 얇은 습기 막을 입힌 듯 공기는 무거웠지만, 객실의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순간 그 모든 무게감이 씻겨 내려갔다.
저녁에 방문한 원동 카페의 풍경은 정교한 그림 같았다. 조스퍼 그릴에서 갓 구워져 나온 스테이크의 바삭한 겉면과 입안 가득 퍼지는 짙은 훈연 향은 우리의 침묵을 기분 좋게 채웠다. 특히 진한 육수가 배어든 대만식 우육면의 정직한 탄력은 허기진 마음까지 달래주었다. 식사의 정점은 용암 초콜릿 케이크였다. 포크를 대자마자 뜨거운 초콜릿이 느릿하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마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우리의 관계 같아 마음이 일렁였다.
객실로 돌아와 누운 흰 시트는 살결에 닿는 감촉이 서늘하고 쾌적했다. 은은한 금빛 조명이 방 안을 낮게 고요해지고, 우리는 한 뼘 정도의 간격을 둔 채 나란히 누웠다.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웠지만, 굳이 말을 걸어 이 평온한 정적을 깨고 싶지 않았다. 함께 있으면서도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해방감. 그것은 낯선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유대감이었다. 루프탑 수영장에서 바라본 타이베이 101의 불빛은 아득한 별처럼 빛났다. 미지근한 물속에 몸을 맡기자 낮 동안의 피로가 물의 무게에 눌려 천천히 고요해졌다. 젖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밤바람이 아주 조금 서늘해질 무렵 우리는 깨달았다. 특별한 말 없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에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창밖의 도시 불빛이 잦아들고, 우리는 서로의 온기만을 남긴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원동 카페의 진한 우육면은 꼭 같이 먹어보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맛이야.
- 호텔 주변의 작은 골목들을 정처 없이 걷자. 소박한 일상이 주는 다정함을 느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