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피부를 파고드는 서늘한 냉기가 7월 타이베이의 가혹한 열기를 단숨에 밀어냈다. 은은하게 감도는 샌들우드 향과 함께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다섯 분만 걸어도 셔츠가 등에 눅눅하게 달라붙던 그 숨 막히는 도시의 습도가 먼 기억처럼 사라졌다. 우리는 젖은 우산을 접으며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정적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객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압도적인 공간의 너비였다. 침대 끝에서 창가까지 이르는 거리가 마치 짧은 여행처럼 느껴질 만큼 광활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리넨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았고,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기계음이 방 안의 공백을 메웠다. 그 단조로운 소음이 오히려 외부 세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안심의 신호처럼 들려 마음이 놓였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으로 펼쳐진 회색빛 도시를 응시했다.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가 유리창에 불규칙한 선을 그으며 도시의 소음을 지워갔다. 43층에 위치한 루프탑 수영장으로 향했을 때, 그곳의 물은 미지근하면서도 매끄러운 실크처럼 몸을 감싸 안았다. 물속에 깊이 잠기자 세상의 모든 소란이 수면 아래로 고요해지고 오직 서로의 숨소리만 선명해졌다. 당신이 "물 온도가 딱 좋다"고 낮게 속삭였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장난감처럼 작았고, 우리는 그 작은 풍경 속에 오롯이 함께였다. 허기가 밀려올 때쯤 6층의 카페로 내려갔다. 공간 전체에 흐르는 우아한 중식 풍의 분위기보다 내 감각을 먼저 깨운 것은 조스퍼 그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숯불 향이었다. 훈연된 돼지 갈비의 묵직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우리는 대만식 우육면과 갓 구운 스테이크, 그리고 투명한 생선회를 접시에 담았다. 우육면의 진한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자 몸속 깊이 고여 있던 습기가 씻겨 내려가는 쾌감이 느껴졌고, 스테이크의 육즙은 혀끝에서 묵직하게 퍼졌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블랙 초콜릿 용암 케이크를 포크로 살짝 누르자, 짙은 갈색의 초콜릿이 마치 뜨거운 용암처럼 천천히 흘러나왔다. 혀끝에 닿는 강렬한 달콤함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거창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서로의 호흡이 닿는 거리에서 맛있는 것을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조명을 낮추자, 눅눅했던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이 작은 방은 우리만의 고요한 섬이 되었다. 당신이 읽다 만 책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나는 젖은 신발이 서서히 말라가는 모양을 가만히 지켜봤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갔지만, 그 무용함이야말로 이번 여행이 준 가장 큰 사치였다. 샹그릴라 파 이스턴 플라자 타이베이의 온도는 우리에게 딱 맞았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나란히 누워 있을 것 같다. 빗줄기가 그친 창밖으로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고, 그 빛들은 마치 바다 위에 뜬 작은 조각배들처럼 아스라이 반짝였다.
- 6층 카페의 조스퍼 그릴 요리와 진한 초콜릿 용암 케이크로 미각의 사치를 누려보세요.
- 43층 루프탑 수영장에서 도시의 소음을 지우고 미지근한 물결 속에 몸을 맡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