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거꾸로 든 게 탐험이라고?"
"야, 너 아까 지도 거꾸로 들고 있었어. 덕분에 우리가 시장 반대 방향으로 10분을 걸었잖아!" 지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나는 짐짓 당당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그게 바로 탐험이라는 거야.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법이지." "그냥 바보인 거겠지." 옆에서 듣고 있던 민지가 무심하게 덧붙이자, 우리는 동시에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9월 화롄의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뺨을 스치는 바람에는 이름 모를 열대 꽃향기와 눅눅한 거리의 냄새가 묘하게 섞여 있었다. 서로를 훑어보며 낄낄거리는 소리가 시장의 소음 속으로 기분 좋게 흩어졌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무용한 시간의 기록
우리가 짐을 푼 A Si Ma Li Jing Da Fan Dian은 마치 현대적인 도시 한복판에 시간이 멈춘 유럽의 어느 고전적인 저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가 쏟아내는 황금빛 조명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걷는 내내 달궈진 피부를 기분 좋게 식혀주었다. 클래식 룸의 문을 열자마자 느껴진 것은 압도적인 공간의 너비였다. 180x200cm의 커다란 침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짐 가방을 내려놓자 둔탁한 소리가 두툼한 카펫 속에 부드럽게 파묻혔다. 욕실에 비치된 쌀 향의 어메니티는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온기를 품고 있었으며, 피부에 닿는 수건의 빳빳한 감촉은 낯선 곳에서의 긴장을 묘하게 풀어주었다. 특히 오후의 해피아워에 제공된 바삭한 팝콘과 달콤한 케이크, 따뜻한 커피의 향은 여행자의 피로를 잊게 하는 작은 사치였다. 고층 객실의 창밖으로는 서쪽의 짙푸른 중앙산맥과 동쪽의 끝없는 태평양이 동시에 펼쳐졌는데, 산의 녹색과 바다의 푸른색이 경계 없이 섞이는 풍경은 마치 거대한 수채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휴게실 한구석, 최신 기기들 사이에서 묘하게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낡은 아케이드 게임기 두 대는 우리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누가 더 낮은 점수를 얻는지 내기를 하며 보낸 그 무용한 시간들은, 역설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밀도 높은 행복이자 해방감이었다.
자정의 야식과 낮아진 목소리들
"결국 이 맛이 정답이었어. 그 매콤한 기름 맛이 계속 생각나더라." 밤 12시, 호텔에서 제공한 따뜻한 야식과 달콤한 닭고기 수프를 테이블에 펼쳐놓고 지후가 나직하게 말했다. 낮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방 안에는 은은한 스탠드 조명과 쩝쩝거리는 소리, 그리고 낮게 깔린 숨소리만 남았다. "우리 다음에도 그냥 이렇게 올까. 아무 계획 없이, 그냥 걷다가 길 잃고." 민지가 툭 던진 말에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깨달음이나 거창한 약속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입안에 감도는 음식의 온기와 곁에 있는 사람들의 체온이 느껴지면 그만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못난 점을 끄집어내며 낄낄거렸지만, 그 웃음의 기저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깊은 신뢰와 유대감이 흐르고 있었다. "내일은 늦잠 자자. 체크아웃 전까지 최대한 누워있는 게 내 목표야." 내 말에 모두가 동의하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A Si Ma Li Jing Da Fan Dian의 두꺼운 침구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을 때, 적당한 무게감이 전신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그것은 완벽한 정지였고, 세상의 모든 속도에서 벗어난 우리만의 작은 도피처였다.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밤하늘에 쏟아질 듯 걸려 있던 9월의 은하수가 기억난다.
- 화롄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도보로 기념품 쇼핑과 맛집 탐방이 가능합니다.
- 호텔의 무료 셔틀버스와 해피아워의 디저트 서비스를 꼭 이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