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하나로 터진 웃음보
"내기할까? 너 이번에도 충전기 두고 왔지?" 지수가 짓궂게 웃으며 내 가방을 가리켰다. "무슨 소리야, 현관문 나서기 전에 세 번이나 확인했다니까!" 내 호기로운 외침이 무색하게 가방을 연 순간, 짧은 정적이 흘렀다. 충전기 대신 꼬깃꼬깃한 영수증 뭉치만 굴러다녔다. "와, 진짜 대단하다!" 친구들의 폭소가 로비의 높은 천장을 울렸다. 3월 화롄의 눅눅하면서도 달콤한 공기가 우리 사이를 메웠고, 길을 잃고 투덜거렸던 한 시간의 피로가 그 웃음 한 번에 씻겨 나갔다. "괜찮아, 야시장에서 하나 사면 돼. 그게 여행의 묘미지!" "너는 항상 그런 식으로 합리화하더라." 서로를 깎아내리는 말들이 오갔지만, 맞닿은 어깨 너머로 전해지는 온기는 더없이 다정했다.
소란함이 안착하는 우아한 품
우리가 짐을 푼 A Si Ma Li Jing Da Fan Dian의 객실은 소란스러운 우리 셋을 품기에 충분할 만큼 넉넉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서늘하고 쾌적한 공기와 함께, 신고전주의 양식의 묵직한 가구들이 주는 안정감이 방 안을 차분하게 눌러주었다. 180x200cm의 거대한 더블 침대 두 개는 마치 하얀 구름을 옮겨놓은 듯했다. 바스락거리는 고밀도 시트의 촉감에 몸을 던지면, 하루 종일 걷느라 팽팽하게 긴장했던 근육들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욕실에서는 이탈리아제 어메니티의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감돌았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발바닥의 피로를 씻어내며 마음의 소음까지 함께 가져갔다.
가장 황홀했던 것은 창밖의 풍경이었다. 서쪽으로는 웅장한 중앙산맥이 푸른 병풍처럼 버티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태평양의 해안선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3월의 바다는 시간마다 옷을 갈아입었다. 짙은 회청색에서 서서히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변하는 그 찰나의 색감은, 마치 누군가 바다 밑바닥에서 거대한 전등을 갈아 끼운 것만 같았다. 우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오후 티타임의 달콤한 케이크와 팝콘을 접시에 가득 담아 창가에 둘러앉았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팝콘의 고소함과 창밖의 정적인 풍경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A Si Ma Li Jing Da Fan Dian의 화려한 샹들리에 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방 안을 금빛으로 물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이곳이 우리의 안식처임을 깨달았다.
낮은 숨소리로 엮어낸 밤의 고백
"마타안 습지에 반딧불이가 나온다던데, 우리 정말 볼 수 있을까?" 방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스탠드의 노란 조명만이 낮은 섬처럼 떠올랐다. 민지의 목소리가 낮게 고요해져 있었다. "날짜가 조금 애매하긴 한데... 못 봐도 상관없어. 그냥 이렇게 누워 있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인정. 여행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천장만 보는 게 진짜 럭셔리한 거지." 낮의 소란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진심 어린 말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거창한 미래나 심오한 철학 대신, 지금 이 침대가 얼마나 푹신한지, 내일 아침 조식으로 나올 뜨끈한 소고기 뭇국이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같은 무용한 이야기들.
"사실 이번 여행, 계획대로 된 거 하나도 없잖아." "그러니까 좋지. 계획대로 되면 그건 출장이지 여행이 아니잖아." 우리는 서로의 엉망진창인 여행 방식을 긍정하며 킥킥거렸다. 억지로 힘내라는 말 대신, 그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고 편안한 것을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밤이었다.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백색소음처럼 깔리고, 창밖 어둠 너머로 이름 모를 별들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화롄의 밤은 깊었고, 우리의 잠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은은한 달빛이 내려앉아 있었다.
- 동대문 야시장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현지 간식을 즐겨보세요.
-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오후 티타임의 달콤한 디저트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