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로비에서 갑자기 질주하기 시작했다. A Si Ma Li Jing Da Fan Dian의 카펫은 발목이 잠길 만큼 두툼하고 부드러웠다. 아이의 작은 발소리가 바닥 속으로 푹푹 파묻힐 때마다,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맑은 웃음소리만 공중으로 둥둥 떠다녔다. 걷는 것보다 구르는 게 더 빨라 보이는 나이. 그 무질서하고 생기 넘치는 움직임이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빛과 섞여 묘하게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두 개의 더블 침대는 마치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설원 같았다. 그 위에 몸을 던지자 적당한 탄성이 전신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손끝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욕실 용품의 잔향이 머물렀다. 숲속의 젖은 흙 내음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야생화의 은은한 향기 같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그렇게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흐르는 시간을 만끽했다.
휴게실의 공기는 전자음으로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닌텐도 스위치의 경쾌한 버튼 소리와 레트로 게임기의 투박한 전자음이 교차했다. 아이들은 그 소음의 바다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었다. 가끔씩 터져 나오는 환호성과 아이들의 들뜬 숨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나는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시끄러운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사랑하는 이들이 내는 소음이 주는 특유의 안도감이 있었다.
5월의 화롄은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바다의 짠 기운과 야생 생강꽃의 달콤한 향이 묘하게 섞여 흘렀다. 풍춘 빙과점에서 맛본 사탕수수 얼음은 혀끝에 닿는 순간 짜릿한 냉기를 선사했고, 뒤이어 팥의 묵직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26도의 끈적한 공기가 찰나의 순간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투박하고 정직한 맛은 여행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창밖으로 서쪽의 중앙산맥이 웅장하게 뻗어 있었다. 해가 낮게 깔리자 산의 능선은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로비의 수정 샹들리에가 빛을 잘게 쪼개어 바닥에 보석처럼 뿌리고 있었다. 빛의 조각들이 움직일 때마다 공간의 온도가 미묘하게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굳이 말로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이곳에 함께 있길 정말 잘했다는 것을.
욕실의 타일은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적당히 따뜻했다. 이탈리아제 샴푸의 풍성한 거품이 손가락 사이에서 비단처럼 미끄러졌다. 피부에 얇은 실크 한 겹을 바른 듯한 매끄러운 촉감. 거창한 스파는 아니었지만, 빳빳하고 깨끗한 수건과 적당한 수압의 온수면 충분했다. 씻고 나와 보드라운 잠옷으로 갈아입는 그 단순한 과정이 주는 쾌적함이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 주었다.
높은 층의 객실에서 동쪽의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수평선이 너무 멀어 마치 세상의 끝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창밖의 푸른 심연을 응시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정적은 어색함이 아니라 깊은 유대감이었다. 방 안 가득 밀려 들어오는 짙은 푸른색을 지켜보며, 우리는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기가 밀도 있게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A Si Ma Li Jing Da Fan Dian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바다의 깊은 푸른색이 눈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 아이들과 함께 호텔 내 레트로 게임룸과 볼풀장이 있는 놀이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보세요.
- 5월의 화롄을 방문하신다면 풍춘 빙과점의 시원한 사탕수수 얼음을 꼭 맛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