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발걸음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둘째의 운동화 한 짝이 툭 벗겨져 있었다. 급하게 뛰어 들어온 탓이다. 아이는 신발을 찾는 대신 고개를 한껏 젖혔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빛을 잘게 쪼개어 바닥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어른들에게 그것은 '신고전주의 유럽풍 인테리어'라는 이름의 장식일 뿐이지만, 일곱 살 아이에게 그것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숲이었다. "엄마, 여기 보물이 쏟아지고 있어!" 아이의 맑은 목소리가 높은 층고를 타고 웅웅 울렸다. A Si Ma Li Jing Da Fan Dian의 로비는 서늘한 대리석의 촉감과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어우러져, 밖의 습한 공기를 단숨에 잊게 만들었다. 아이는 로비의 넓은 공간이 마음에 들었는지,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작은 게처럼 옆으로 걸어 다녔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아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 그 단순한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긴장이 기분 좋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얀 망토를 두른 꼬마 탐험가의 세계
아이가 발견한 이 호텔의 진정한 보물은 로비 한편의 휴식 공간에 있었다. 닌텐도 스위치와 낡은 레트로 게임기들이 놓인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아이는 세상의 모든 질서를 잊은 듯했다. 버튼을 누르는 규칙적인 '딸깍' 소리와 화면 속에서 튀어 오르는 원색의 빛들이 아이의 눈동자 속에서 춤을 췄다. 옆에서 지켜보던 첫째는 어느새 호텔에서 제공한 넉넉한 크기의 하얀 목욕 가운을 어깨에 둘렀다. 바닥에 질질 끌리는 가운의 묵직한 면 촉감은 아이에게 초능력자의 망토가 되었다. "나는 이제 무적의 기사야!" 복도를 휘날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벽에 부딪혀 경쾌하게 돌아왔다.
호텔에서 정성껏 준비한 무료 오후 티타임의 달콤한 디저트 향기가 복도에 낮게 깔릴 때쯤, 우리는 손을 잡고 동대문 야시장으로 향했다. 2월의 밤공기는 제법 차가워 아이들은 겉옷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길가에 켜진 붉은 등불들이 젖은 보도블록 위에 번져 있었고, 기름진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섞여 들어왔다. 아이는 길거리 간식을 입가에 묻힌 채, 화려한 네온사인들이 가득한 거리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걷고, 보이고 좋은 것을 먹었다. 아이들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하나의 거대한 탐험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어느새 지쳐 내 손가락을 꼭 쥔 채 꾸벅꾸벅 졸았다. 그 작은 온기가 손바닥을 통해 심장까지 전해지는 밤이었다.
소란이 잠든 뒤에야 찾아오는 투명한 평온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지고 나서야 방 안에는 진짜 정적이 찾아왔다. 넉넉한 크기의 침대는 아이들이 굴러다닌 흔적으로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나는 그 흐트러진 시트 위에 천천히 몸을 뉘었다. 피부에 닿는 면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하루의 피로를 부드럽게 씻어내 주었다. 욕실에서 배어 나온 은은한 비누 향이 공기 중에 옅게 머물렀다. A Si Ma Li Jing Da Fan Dian에서 제공한 따뜻한 야식을 작은 테이블 위에 차려놓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
창밖에는 2월의 가느다란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 유리창에 작은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맺혀 있었다. 안개 속에 잠긴 중앙산맥의 희미한 능선을 바라보며, 나는 비로소 내 호흡의 속도를 되찾았다. 누군가는 가족 여행이 고생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 잃어버린 신발을 찾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고, 무거운 짐 가방과 씨름하는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아이가 샹들리에를 보며 보물이라고 외치던 그 찰나의 반짝임, 망토를 두르고 복도를 달리던 뒷모습, 그리고 지금 내 옆에서 고르게 숨을 쉬며 자고 있는 작은 얼굴을 보면, 그 모든 소란함이 사실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깨닫는다. 삶은 특별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이런 평범하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충분한 하루가 된다면 그것으로 됐다. 나는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빗소리가 잦아든 창가에 옅은 달빛이 머물렀다.
- 호텔 내 게임룸에서 아이들의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시켜 주세요. 밤에 더 깊은 잠에 듭니다.
- 동대문 야시장은 도보 거리이니, 유모차보다는 가벼운 웨건이나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