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화롄은 눅눅한 수건처럼 피부에 무겁게 달라붙었다. 숨을 쉴 때마다 습기가 폐부 깊숙이 밀려드는 기분. 하지만 A Si Ma Li Jing Da Fan Dian 로비의 육중한 문을 여는 순간, 날카롭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땀방울을 씻어내며 우리를 맞이했다. 천장에는 수만 개의 다이아몬드를 부숴 놓은 듯한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찬란한 빛의 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 우아한 빛의 소나기 아래서, 신발을 반쯤 벗어던진 채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둘째의 모습이 보였다. 고전적인 유럽풍의 정제된 공간과 아이들의 무질서한 소란함. 그 이질적인 조화가 오히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전주곡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클래식 4인실에 짐을 풀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발끝에 닿는 푹신한 카펫의 감촉이 포근하게 발등을 감쌌다. 180x200센티미터의 거대한 침대 두 개가 마치 하얀 섬처럼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밖에서 묻혀온 8월의 끈적임이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 속으로 순식간에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둘째가 먼저 침대 위로 몸을 날렸고, 곧이어 첫째와 나까지 엉켜 붙었다. 이탈리아제 어메니티의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빠, 여기 진짜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나는 그 소란스러운 평화를 배경음악 삼아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밀도 높은 휴식이었다.
우리가 함께 수집한 다섯 가지의 기억 조각들
1. 천장의 크리스탈 샹들리에. 쏟아지는 빛의 파편들이 눈부시게 반짝였고, 궁전에 온 것 같다며 감탄하던 첫째의 맑은 눈동자에 그 빛들이 별처럼 박혀 있었다.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첫째였다.
2. 하얀 면 시트의 서늘함. 빳빳하게 잘 말려진 시트가 피부에 닿을 때 느껴지는 쾌적함과 눅눅한 더위를 완전히 잊게 만드는 안락함이 일품이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던진 건 둘째였다.
3. 레트로 게임기의 버튼. 탁탁, 규칙적으로 울려 퍼지는 버튼 소리와 화면 속 화려한 색감. 평소엔 티격태격하던 남매가 닌텐도 스위치 컨트롤러를 쥔 채 묘한 동맹을 맺은 뒷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게임기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아이들이었다.
4.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닭곰탕. 동다먼 야시장의 소란스러운 열기를 뒤로하고 A Si Ma Li Jing Da Fan Dian 로 돌아와 마주한 따뜻한 국물. 목을 타고 내려가는 뜨끈한 온기와 짭조름한 풍미가 여행의 피로를 녹여주었다. 이 소박한 위로를 먼저 제안한 건 나였다.
5. 창밖으로 보이는 먼 바다. 짙푸른 태평양의 수평선 위로 아주 작은 점처럼 움직이던 배 한 척. "저 배는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 대신 함께 침묵하며 바라본 고요한 시간이었다. 수평선의 끝을 먼저 가리킨 건 첫째였다.
서늘한 바람 아래,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엉켜 잠든 오후의 정적.
-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려 남빈 해변까지 달려보길 권한다. 8월의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시원하다.
- 로비에서 제공되는 무료 오후 티타임과 달콤한 디저트를 놓치지 말 것. 아이들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