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온기에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시간
코트 깃에 매달린 12월의 찬 바람을 털어내며 들어선 Yan Bo Da Fan Dian의 로비는 예상보다 훨씬 다정했다.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눅눅하고 서늘한 공기가 발목을 감쌌지만, 실내의 온기는 금세 피부를 부드럽게 녹여냈다. 이곳의 공간은 마치 거대한 비눗방울 속에 들어온 것처럼 모든 모서리가 둥글게 깎여 있었다. 날카로운 직선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은 유연한 곡선과 은은한 조명이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아꼈다. 그저 로비 한편에서 몽환적으로 빛나는 보랏빛 네온 바의 조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긴 정말 다른 세상 같네.' 마음속으로 읊조린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곁에 선 이의 고요한 시선에서 같은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아직 도시의 소란함과 각자의 빠른 리듬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한 상태였다. 정중한 직원의 손길에 짐을 건네받고 무거운 외투를 벗어 던진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소음이 소멸하고 정적이 흐르는 통로
객실로 향하는 복도는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서서히 끊어내는 전이 지대였다. 발바닥에 닿는 두꺼운 카펫의 푹신한 질감이 걸음마다 전해졌고, 구두 굽이 내는 딱딱한 소리는 카펫의 결 속으로 빠르게 흡수되어 사라졌다.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낮고 밀도 높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복도의 조명은 조심스럽게 낮게 깔려 있어, 그 빛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보폭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공간이었다. 나란히 걷는 동안 어깨가 가끔 스쳤고, 그 찰나의 접촉이 주는 온기는 로비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선명하게 다가왔다. 복도의 끝에 다다를수록 세상의 모든 소음은 완전히 차단되었고, 오직 서로의 규칙적인 호흡 소리만이 공명했다. 공간이 주는 침묵이 우리 사이의 미묘한 어색함을 다정하게 메워주고 있었다.
둥근 곡선의 품속에서 오직 우리만 남겨진 순간
방 문을 열자 Yan Bo Da Fan Dian 특유의 버블 테마 인테리어가 우리를 맞이했다. 벽면의 부드러운 곡선과 둥글게 마감된 가구들은 마치 우리를 보호하는 커다란 껍질처럼 느껴졌다. 날 선 것이 하나도 없는 방 안에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는 순간, 적당한 무게감으로 몸을 감싸는 매트리스의 탄력이 긴장을 완전히 해제시켰다.
가방 속에서 미리 준비해 온 춘화 빵집의 해염 버터롤을 꺼냈다. 손끝에 여전히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한 입 베어 물자 겉면의 바삭한 식감 뒤로 진한 버터의 풍미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혀끝에 닿는 짭조름한 소금기가 버터의 느끼함을 정교하게 잡아주어 계속해서 손이 갔다. 우리는 말없이 빵을 나눠 먹으며, 씹는 소리와 낮은 웃음소리로 방 안의 공기를 채웠다. '그냥 이렇게 계속 누워 있고 싶다.' 누군가 내뱉은 작은 혼잣말에 우리는 함께 미소 지었다.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고, 그저 함께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었다. 서로의 팔을 베고 누워 천장의 둥근 무늬를 세며, 우리는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을 보냈다. 침대가 편안했고, 빵이 맛있었으며, 옆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적당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완벽한 안식이었다.
유리창 너머의 회색빛 세상을 관조하는 오후
창가에 나란히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12월의 이란은 온통 무거운 회색빛이었다. 낮은 구름이 산등성이에 위태롭게 걸려 있었고, 거센 북동풍이 나무 가지들을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은 춥고 소란스러워 보였지만, 두꺼운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둔 이곳은 지독할 정도로 안온했다. 마치 거대한 수족관 속에서 바깥의 폭풍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창밖의 풍경을 배경 삼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저 나무는 왜 저렇게 기울어져 있는지, 내일 아침에는 무엇을 먹을지 같은 아주 사소하고 무해한 것들이었다.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자 서늘한 감각이 전해졌지만, 맞잡은 손은 뜨거웠다. 외부의 추위가 강해질수록 내부의 온기는 더욱 선명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이 작은 사각형의 공간 안에 안전하게 머물고 있었다. 밖은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 바람을 구경하는 쪽을 택했다. 젖은 길과 흐린 하늘조차 이곳에서는 하나의 정물화가 되었다.
찻잔 속에 남은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 춘화 빵집의 해염 버터롤은 꼭 갓 나왔을 때 드시길 권합니다.
- 유리교두 취두부의 아삭한 무채와 튀긴 두부의 조합은 꽤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