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의 허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1월의 이란은 공기부터가 달랐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옅은 소금기가 섞여 있었고, 피부에 닿는 촉감은 끈적하면서도 서늘했다. 우리는 Yan Bo Da Fan Dian 로비에 멍하니 서 있었다. 호텔의 버블 테마는 꽤나 독특했다. 둥글둥글한 곡선들이 가득한 공간은 마치 거대한 비눗방울 속에 들어와 세상과 격리된 기분을 줬다. 하지만 그 세련된 디자인보다 우리를 강렬하게 자극한 건 뱃속에서 울리는 정직한 소리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지훈이 나직하게 "파전"이라고 중얼거렸고, 우리는 홀린 듯 외투를 챙겨 입었다. 밖은 이미 어둑했고, 찬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들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동문 야시장 입구의 펑지 파전집, 노란 조명 아래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파전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갓 구워낸 파전의 겉면은 황금빛으로 바삭했고, 그 안의 파는 적당히 숨이 죽어 달큰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여기에 쫀득한 유가 떡케이크까지 샀다. 비닐봉투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가 얼어붙은 손바닥을 데웠고, 그 온기는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기름진 대화와 쫀득한 진심
"야, 근데 진짜 이 호텔 테마 뭐야? 비눗방울이라니,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침대 위에 신문지를 대충 깔고 파전을 펼쳐놓은 지훈이 말했다. 그는 파전 한 조각을 크게 베어 물더니 입가에 기름기를 묻힌 채 낄낄거렸다.
"뭐 어때. 누워있으면 편하잖아. 난 그냥 여기가 좋아. 침대가 너무 푹신해서 몸이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야."
내가 대답했다. 사실 나는 이미 반쯤 누워 있었다. Yan Bo Da Fan Dian의 침구는 갓 햇볕에 말린 솜이불처럼 포근했고, 살결에 닿는 감촉이 매끄러웠다.
"너는 항상 그게 문제야. 여행 와서 누워만 있는 거.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이 '누워있기'였냐?"
"응. 내 목적은 그거였어. 무용한 시간 보내기. 너는 너무 열심히 여행하려고 해. 좀 힘 빼. 70%만 써."
지훈이 떡케이크를 씹으며 헛웃음을 쳤다. 쫀득한 떡이 입안에서 굴러다니며 짭조름한 풍미를 더했다. 우리는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두고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는 분 단위로 계획표를 짰고, 누군가는 그 계획표를 읽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기름진 파전 냄새가 가득한 방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그 어떤 관광지에서의 경험보다 만족스러웠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그냥 어릴 때 잃어버린 장난감 이야기, 혹은 내일 아침에 뭘 먹을지에 대한 아주 사소하고 치열한 논쟁뿐이었다. 1월의 추위가 창밖에서 서성이고 있었지만, 방 안의 온도는 적당히 미지근했고, 우리의 웃음소리는 그 미지근한 공기 속에 부드럽게 섞여 들었다.
포만감이 남긴 다정한 정적
비닐봉투 속의 음식들이 모두 사라졌다. 기름기가 남은 손가락을 닦아내고 우리는 다시 침대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방금까지 떠들썩했던 공기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건 어색한 침묵이 아니었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해지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아주 안온하고 밀도 높은 정적이었다. 천장의 은은한 조명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호텔의 현대적인 인테리어는 밤이 되면 한층 더 차분해졌고, 마치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고요한 요새처럼 느껴졌다. 창밖으로는 이란의 겨울밤이 깊어가고 있었고, 가끔씩 들려오는 먼 차 소리가 오히려 이곳의 적막함을 더욱 강조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각자의 고른 호흡 소리와 이불이 스치는 바스락거림만이 들렸다. 거창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그냥 좋은 곳에 와서, 마음 맞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고, 편안한 곳에 누워 있다는 사실. 그거면 충분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내일은 그냥 조금 더 늦게 일어나도 좋겠다고. 이 안락함 속에 조금 더 머무르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르겠다고.
흰 시트 위에 떨어진 노란 파전 부스러기 하나가 보였다.
- 펑지 파전: 겉바속촉의 정석. 밤늦게 먹으면 더 맛있다.
- 유가 떡케이크: 쫀득한 식감이 일품인 이란의 숨은 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