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정겨운 조식 식당
식기들이 부딪히는 경쾌한 소음이 공기 중에 흩어진다. 아이들은 이미 잠에서 깨어나 기대감으로 가득 찬 상태다. 둘째가 조심스레 집어 든 빵 하나를 입에 넣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왜 짠맛이 나느냐고 묻는다. 춘화 베이커리의 해염 크림롤이다. 혀끝에 닿는 진한 버터의 풍미와 뒤이어 밀려오는 소금의 짭조름함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이의 입가에 하얗게 묻은 크림이 마치 작은 훈장처럼 보인다. 다정하게 닦아주려 손을 뻗어보지만, 아이는 이미 다음 접시를 향해 작은 발걸음을 재촉한다. 창밖으로는 3월의 이란 공기가 느릿하게 흐른다. 습도 78퍼센트. 적당히 눅눅하면서도 미지근한 바람이 식당 안으로 스며들어 피부에 부드럽게 감긴다. 커피 머신에서 떨어지는 진한 갈색 액체의 규칙적인 소리가 마치 이 아침의 메트로놈 같다. 정돈되지 않은 소란함이지만, 나는 이 무질서함 속에 섞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안도감을 느낀다.
14:00, 분홍빛 거품 속에 잠긴 나른한 오후
오후의 햇살을 머금고 Yan Bo Da Fan Dian의 객실로 돌아왔다. 이곳의 테마는 거품이다. 벽면과 가구의 모서리마다 둥근 곡선이 살아있어, 마치 거대한 비눗방울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은은한 분홍빛 색조는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아이들은 침대 위를 마치 트램펄린이라도 만난 듯 신나게 뛰어다닌다. 발밑의 두꺼운 카펫이 아이들의 거친 발소리를 푹신하게 집어삼킨다. 소리가 사라진 움직임, 그 정적이 묘하게 평온하다. 한참을 뛰놀던 첫째가 어느덧 방전된 듯 하얀 시트 위로 툭 쓰러진다. 빳빳하게 잘 마른 면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피부에 닿는 순간, 아이의 숨소리가 일정해지며 깊은 잠에 빠져든다. 나는 그 옆에 나란히 누워 천장의 둥근 곡선을 가만히 응시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하고도 가장 거창한 목적이었다. 커튼 틈으로 스며든 3월의 햇살이 아이의 콧등 위에 가만히 머문다. 고요함이 방 안을 천천히 채우고,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좋겠다는 달콤한 게으름에 젖어든다.
19:00, 낯선 향기와 연둣빛 계절의 산책
다시 밖으로 나섰다. 기온은 20도. 얇은 겉옷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걷기에 더없이 완벽한 날씨다. 우리는 옥리교두의 취두부를 맛보러 갔다. 처음 코끝을 찌르는 강렬하고 낯선 냄새에 아이들은 코를 찡긋거리지만, 함께 곁들여 나온 하얀 무채가 신의 한 수였다. 아삭하게 씹히는 무의 청량함이 취두부의 진한 풍미를 적절히 눌러주며 입안을 정돈해준다. 아이들은 어느새 무채를 듬뿍 얹어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이어 방문한 오렌지 마을에서는 내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거대한 의자에 앉아 보았다. 압도적인 크기의 의자 위에 오르니, 내가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이들은 그 의자 위에서 마치 미지의 대륙을 발견한 탐험가라도 된 양 천진하게 뛰어다닌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마음속에 담았다. 3월의 이란은 지금 색을 바꾸는 중이다. 회청색이었던 바다의 빛이 조금씩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계절. 그 느릿한 변화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의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22:30, 네온사인 아래에서 되찾은 온전한 나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온전한 어른의 시간이 찾아왔다. 나는 Yan Bo Da Fan Dian의 마법 같은 네온 바를 찾았다. 파란색과 보라색의 몽환적인 조명이 공간을 유영하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칵테일 잔 속에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손가락 끝에 닿는 차가운 유리잔의 촉감이 낮 동안의 열기를 식혀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시간. 옆자리 사람들의 낮은 대화 소리가 잔잔한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생산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무용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진짜 묘미가 아닐까. 내일이면 다시 아이들의 깨우는 소리에 잠을 깨고 육아의 전쟁터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이 순간, 차가운 음료 한 잔과 낮은 조명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별거 없는 밤일지도 모르나, 마음만은 충만하다. 충분히 따뜻했고, 더없이 편안한 밤이다.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옷자락을 꼭 잡고 잠든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춘화 베이커리의 해염 크림롤은 꼭 드셔보길 권한다. 단짠의 완벽한 균형이 일품이다.
- 오렌지 마을의 거대한 의자에서는 아이들의 낮은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보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