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우리에게. 너희는 아직도 이란의 4월, 코끝을 간지럽히던 눅눅하고 달큰한 바람 냄새를 기억할까. 정처 없이 떠돌며 서로의 보폭을 맞췄던, 그저 함께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던 그 계절의 온도를 기록한다.
5년 뒤에도 문득 떠오를 네 가지의 조각들
Yan Bo Da Fan Dian의 몽환적인 곡선. 로비에 들어선 순간, 매끄러운 화이트 톤의 천장이 거대한 비누방울처럼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진짜 거품 속에 들어온 것 같아"라며 낮게 속삭였던 너의 목소리와, 대리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냉기가 발끝에 닿던 감각이 여전히 생생하다. 정적 속에 울려 퍼지던 낮은 음악 소리가 공간의 입체감을 더했고, 우리는 그 낯선 곡선미 속에서 잠시 현실을 잊은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원산에 내리던 하얀 꽃비. 4월 25일의 춘화제, 하늘은 시릴 정도로 푸르렀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서는 하얀 꽃잎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누가 더 많이 꽃잎을 맞나 내기를 하며 아이처럼 웃던 유치한 순간, 뺨을 스치던 꽃잎의 보드라운 촉감과 바람에 실려 온 흙 내음이 어우러져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꽃잎을 떼어주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춘화 베이커리의 짭조름한 여운. 갓 구워낸 소금 버터롤의 뜨거운 열기와 진한 버터 향이 코끝을 강렬하게 찔렀다. 생각보다 짠 소금의 결정이 혀끝에 닿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그 짭조름한 끝맛은 그날의 습한 공기와 섞여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기억에 박혔다. 바삭하게 씹히는 빵껍질의 경쾌한 소리와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가 여행의 허기를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네온 바의 일렁이는 보랏빛 밤. Yan Bo Da Fan Dian 내부에 자리한 마법 같은 네온 바에서 마신 칵테일 한 잔. 보라색과 푸른색의 인공적인 조명이 잔 속의 투명한 얼음에 반사되어 몽환적으로 일렁였다. 고요한 밤의 정적과 대비되는 화려한 색채 속에 몸을 맡긴 채,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나른한 평온함에 젖어 들었다. 차가운 잔의 촉감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던 그 밤, 우리는 세상에 우리 둘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5년 후, 이 기억의 봉인을 다시 열어본다면
아마 호텔의 방 번호 같은 세세한 정보는 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4월의 눅눅한 공기와, 서로의 서툰 점을 툭툭 내뱉으면서도 손을 놓지 않고 걷던 길의 촉감은 남아있을 것이다. 여행은 Yan Bo Da Fan Dian의 테마처럼 잠시 부풀었다가 톡 터져 일상으로 돌아오는 거품 같다. 하지만 그 자리엔 투명한 잔상이 남는다. 우리는 그 잔상을 공유한 사이가 되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다시 그곳에 간다면, 우리는 여전히 쓸데없는 내기를 하며 웃고 있을 것 같다.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반쯤 남은 미지근한 물 한 잔의 정적.
- 춘화 베이커리의 소금 버터롤을 꼭 맛볼 것. 짠맛 뒤에 밀려오는 진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 4월 말 방문이라면 원산의 춘화제 하이킹 코스를 걸으며 꽃비 속에 잠겨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