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엉뚱한 소동을 지켜본 다섯 가지 물건들
하얀색 가운. 빳빳하게 다려진 면의 서늘한 감촉과 갓 세탁한 세제의 포근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우리가 마지막 남은 오리 고기 한 점을 두고 벌인 30분간의 치열한 토론과 유치한 협상 과정, 그리고 결국 가위바위보로 결정 난 허망한 결말까지 묵묵히 지켜본 증인이다.
에비앙 생수병. 표면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고, 뚜껑을 딸 때의 경쾌한 '톡' 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호텔 밖으로 딱 10분 걸어 나갔다가 "이것은 거대한 탐험이야!"라며 과장 섞인 한숨을 내뱉고 돌아온 우리의 게으른 용기와 뻔뻔한 만족감을 지켜봤다.
캡슐 커피 머신. 금속성의 날카로운 클릭 소리와 함께 진한 카페인의 쌉싸름한 향이 안개처럼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오전 7시,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서로의 엉망인 머리 모양을 보고 킥킥거리며 잠을 깨려 애쓰던 그 멍한 시간들, 그리고 컵 속에서 소용돌이치던 갈색 액체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수영모. 고무 특유의 쿰쿰한 냄새와 머리를 꽉 조이는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그것조차 설렘의 일부였다. 9월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야외 풀장에서, 누가 더 우스꽝스럽게 물에 빠지는지를 겨루던 유치한 경주와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은빛 물보라,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숨 가쁜 웃음소리를 모두 지켜봤다.
폭신한 베개. 하얀 면의 부드러운 촉감이 뺨에 닿았고, 몸이 깊숙이 파묻히는 안락함이 마치 구름 위에 누운 듯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 불을 끄고 누워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시시콜콜한 비밀들과 말도 안 되는 가설들을 속삭이던 우리의 낮은 숨소리와 간지러운 웃음들을 모두 듣고 있었다.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말한다면
아마 이들은 우리를 '대단한 계획은 없지만 소란스러운 침입자들'이라고 부를 것이다. 우리는 Lan Cheng Jing Ying Jiu Dian의 정갈하고 고요한 공간 속에 갑자기 던져진 무질서한 조각들 같았다. 따뜻한 온수가 흐르는 실내 수영장에서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아무런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았고, 홍러우 중식당의 시그니처 오리 요리가 나올 때마다 감탄사보다는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지적하며 깔깔거리는 데 더 열중했다. "우리 진짜 여행 온 거 맞지?"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우리는 그저 서로의 멍청한 표정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우리는 완벽한 타인이 아닌, 가장 편안한 모습의 우리 자신이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모험가라고 칭했지만, 사실 우리의 가장 큰 모험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6층 야외 정원으로 나가는 일이었다. 9월의 이란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투명한 청색이었고, 그 아래에서 우리는 그저 풀밭에 누워 있었다.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쾌적한 공기를 깊게 마시고, 맛있는 것을 먹고, 곁에 있는 친구의 나른한 눈빛을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다. 억지로 힘을 내어 무언가를 성취할 필요가 없는 시간. 그 적당한 무용함이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숲속의 작은 쉼표가 된 기분이었으며, Lan Cheng Jing Ying Jiu Dian이 주는 여유가 우리 사이의 서먹함을 지우고 그 자리를 다정한 온기로 채워주었다.
창밖으로 9월의 푸른 밤하늘이 짙은 잉크처럼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 홍러우 중식당의 체리 오리 초밥은 꼭 맛볼 것. 입안에서 터지는 풍미가 일품이다.
- 밤의 야외 수영장에서 란양 평원의 야경을 바라보며 멍하게 시간을 보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