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제 몸보다 훨씬 큰 호텔 가운을 망토처럼 두르고 복도를 질주한다. 보송보송한 테리 소재의 가운이 아이의 작은 몸을 집어삼킬 듯 펄럭이고, 발소리는 두꺼운 카펫 속으로 스며들어 둔탁한 울림으로 변한다. 그 뒤를 쫓는 첫째가 "경찰이다! 거기 서!"라고 외치며 장난스럽게 소리를 지른다. 복도 끝에서 마주친 직원이 그 소란함마저 여행의 일부라는 듯 가볍게 목례를 건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얀 벽에 부딪혀 잘게 흩어지는 풍경. 나는 그 소란스러운 행복의 조각들 속에 가만히 몸을 섞기로 했다.
6층 야외 플랫폼으로 올라서자 12월의 서늘한 공기가 피부 끝에 닿아 날카롭게 파고든다. 하지만 Lan Cheng Jing Ying Jiu Dian의 온수 풀에 몸을 담그는 순간, 차가움과 뜨거움의 경계는 마법처럼 사라진다. 묵직한 물의 무게가 지친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감각이 더없이 안온하다. 눈앞에는 란양 평원의 지평선이 초록빛 비단처럼 넓게 펼쳐져 있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없이, 그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되었다.
사우나실을 채운 증기의 쉿쉿거리는 소리가 일정한 리듬을 그리며 귓가를 맴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람들의 낮은 숨소리가 몽글몽글한 수증기 속에 섞여 든다. 물속에서 들리는 세상의 소리는 밖보다 훨씬 뭉툭하고 정직하다. 멀리서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소음조차 이곳에서는 평온한 배경음악이 된다.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어린 시절의 어떤 조각들이 물결처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간다.
홍러우 중식당의 테이블 위로 하얀 김을 내뿜는 요리들이 차례로 놓였다. 먼저 로스트 덕의 껍질 한 점을 입에 넣었다.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뒤이어 진한 육즙이 혀끝을 감싸며 입안 가득 퍼진다. 아이들은 소스에 고기를 듬뿍 찍어 먹느라 평소의 수다조차 잊은 채 오직 맛에만 몰입해 있다. 이 순간의 풍미를 정확히 기억하고 싶어 천천히 씹어 삼켰다.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다. 그저 완벽한 맛이었다. 배가 부르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의 따스한 조명과 가족들의 만족스러운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후 4시, 낮게 깔린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스며든다. 황금빛 빛줄기가 가구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그 끝단이 침대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림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아주 천천히 이동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밀도가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10층 객실 한쪽에 마련된 작은 텐트 속으로 기어 들어간 아이들의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12월의 햇볕은 뜨겁지 않고 그저 포근하게 방 안의 공기를 데워놓고 있었다.
아이의 작은 손에 쥐어진 매끄러운 플라스틱 카드 한 장. '귀여운 운전면허증'이라는 글자가 정직하게 적혀 있다. 핀도키 성에서 후진 주차와 S자 곡선 주행을 완벽하게 마쳤다는 증표다. 어른의 눈에는 아무런 쓸모 없는 작은 조각일 뿐이지만, 아이는 그것을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처럼 가슴에 품고 다닌다. 8층 독서 구역의 편안한 소파에 앉아 면허증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아이의 눈은 더없이 맑았다. Lan Cheng Jing Ying Jiu Dian에서 보낸 이 무용한 시간들이 주는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묘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빳빳하고 하얀 시트 위에 나란히 누웠다.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포근하게 채운다. 갓 세탁한 침구에서 나는 쾌적한 면 냄새와 적당한 무게감의 이불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내일을 위해 억지로 힘을 낼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 이 공간에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잠 속으로 고요히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밤이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우리만의 작은 우주가 잠든 밤.
- 6층 야외 풀에서 란양 평원의 초록빛 지평선을 바라보며 온전한 휴식 취하기.
- 핀도키 성에서 아이와 함께 서툴지만 진지하게 운전면허증 도전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