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가 깨운 자정의 감각
10월의 이란은 공기가 무겁다. 피부에 눅눅하게 달라붙는 습도는 이곳의 계절을 증명하는 가장 정직한 지표다. Xiang Ge Li La Dong Shan He Du Jia Fan Dian의 로비에 들어선 순간, 우리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유럽의 어느 고전적인 성곽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에 빠졌다. 샹들리에의 은은한 빛이 대리석 바닥에 반사되어 일렁였고, 우리가 묵은 가족실은 내 작은 기침 소리조차 벽에 부딪혀 메아리로 돌아올 만큼 광활했다. 낮에는 쌀국수 공장에서 갓 뽑아낸 면발의 쫄깃한 촉감을 만끽하고, 전통 예술 센터의 고즈넉한 골목을 느릿하게 걸었다. 하지만 밤 11시가 되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침묵에 잠겼고, 그 정적의 틈을 타 지독한 허기가 찾아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끌고 밤거리로 나섰다. 젖은 아스팔트를 훑는 타이어의 규칙적인 마찰음이 귓가를 간질였고, 뺨을 스치는 서늘한 밤바람은 정신을 맑게 깨웠다. 편의점에서 집어 든 차가운 비닐봉지 속에는 이름 모를 현지 과자와 탄산음료가 가득 담겨 있었다. 돌아오는 길, 가로수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의 색채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소음과 솔직한 고백
"야, 이 방 진짜 너무 넓은 거 아니냐? 여기서 숨바꼭질해도 되겠어."
침대 위에 과자 봉지를 쏟아놓으며 친구가 낄낄거렸다. 나는 천장의 화려한 몰딩 장식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 소란스러움에 슬며시 미소 지었다. 정적을 깨는 것은 과자 봉지를 뜯는 날카로운 파열음이었다.
"로비에서 그 무거운 궁정 의상 입고 사진 찍을 때 너 표정 진짜 가관이었어. 억지로 참는 거 다 티 나더라."
"말도 마. 옷이 너무 무거워서 어깨가 내려앉는 줄 알았으니까. 근데 사진은 또 기가 막히게 나왔더라고. 그게 더 얄미워."
짭조름한 시즈닝이 혀끝에 닿고, 에어컨의 낮은 웅웅거림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누군가 욕실 배수가 느리다고 투덜거렸지만, 누구 하나 고쳐달라 말하지 않았다. 그저 이 눅눅한 밤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뜯어보았다.
"근데 이란까지 와서 우리가 하는 게 고작 방 안에서 과자 먹는 거라니. 좀 낭비 같지 않냐?"
"아니, 이게 진짜 여행이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거야. 난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
화려한 유럽풍 인테리어와 대조되는 편의점 비닐봉지들의 불균형함이 묘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밑바닥에 있는 사소한 불만과 진심을 과자 부스러기와 함께 씹어 삼켰다. Xiang Ge Li La Dong Shan He Du Jia Fan Dian의 안락함은 그런 사소한 일탈마저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힘이 있었다.
소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
과자 봉지가 비워지자 대화의 밀도도 자연스레 낮아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매트리스의 푹신함 속에 깊이 파묻히자, 비로소 여행의 피로가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다가왔다. 창밖으로는 보이지 않는 동산강의 물줄기가 고요하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강물이 바위를 깎아내듯, 시간의 흐름이 우리의 긴장을 천천히 씻어내고 있었다. 창틈으로 스며든 10월의 밤공기가 방 안의 온도를 적절하게 식혀주었고, 피부에 닿는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눈꺼풀 뒤로 낮에 보았던 붉은 단풍의 잔상이 어른거렸다. 거창한 계획이나 대단한 발견은 없었지만, 적당한 온도와 적당히 시끄러운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주는 위로는 생각보다 강렬했다. 억지로 무언가를 보러 다니는 것보다, 이렇게 누워 있는 시간이 더 밀도 있게 느껴졌다. 내일은 호텔의 실내 수영장에서 느릿하게 유영하며 이 평온함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방 안의 작은 스탠드 불빛이 서서히 흐릿해졌다.
- 현지 마트의 펑리수와 따뜻한 우롱차. 달콤함과 쌉쌀함의 조화가 일품이다.
- 편의점의 짭조름한 해산물 과자와 시원한 맥주. 밤샘 수다를 위한 최고의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