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물었다. 온천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우리는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모른다고, 그냥 마법처럼 나오는 거라고 답했다. Xiang Ge Li La Dong Shan He Du Jia Fan Dian의 로비는 숨이 막힐 정도로 고전적이다. 화려한 이탈리아 바로크 양식의 금색 장식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맞춰 잘게 떨리는 것만 같다. 아이들은 그 웅장한 가구들 사이를 작은 짐승처럼 질주한다. 발목까지 푹 잠기는 두툼한 카펫이 발소리를 집어삼킨다. "나 이제 투명 인간 됐어!" 아이는 자신의 발소리가 사라진 것에 경탄하며,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 양 거실을 누빈다.
온심가정방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거대한 솜사탕 속에 파묻히는 것처럼 몸이 천천히 고요해지는다.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사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이었다. 짐을 대충 풀고 다시 눕는다. 시선을 올리면 천장의 화려한 몰딩이 정교한 지도처럼 펼쳐져 있다.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다. 그냥 이렇게 정지해 있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정수다. 오늘의 에너지는 딱 60퍼센트만 쓰기로 했다. 나머지는 깊은 잠으로 채울 생각이다. 피부에 닿는 시트의 서늘하고 매끄러운 감촉이 기분 좋게 신경을 깨운다.
2월의 이란은 수채화처럼 번지는 비의 계절이다. 창밖의 풍경은 젖은 붓으로 덧칠한 듯 흐릿하다. 열린 틈 사이로 공기 중에 섞인 젖은 바위 냄새, 특유의 눅눅한 미네랄 향이 밀려 들어온다. 차갑기보다는 적당히 습한 온기다.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서로 몸을 섞으며 길게 선을 그리며 내려간다. 그 무의미한 궤적을 멍하니 쫓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오히려 완벽한 휴식이 된다. 일정한 리듬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백색소음이 되어 방 안을 채운다.
카브리 레스토랑에서의 조식 시간. 접시에 담긴 음식들은 마치 정물화처럼 정갈하다. 갓 구워낸 빵의 겉면은 바삭하게 부서지고, 그 속은 구름처럼 눅눅하고 부드럽다. 혀끝에 닿는 순간 고소한 버터의 풍미가 파도처럼 입안 가득 밀려온다. 적당한 온도의 커피가 목을 타고 내려가며 몸을 데운다.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과일 접시를 두고 작은 전쟁을 벌이며 소란을 피운다. 평소라면 지쳤을 그 소음이 여기서는 이상하게 다정하게 들린다. 배가 부르자 비로소 마음에도 여유가 차오른다.
실내 수영장으로 향했다. 공기 중에 묵직하게 내려앉은 습기가 피부를 먼저 감싼다. 물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포근한 온도가 온몸을 부드럽게 안아준다.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가 높은 천장에 부딪혀 웅웅거리며 되돌아온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착 달라붙고, 코끝에는 눅눅한 수건 냄새와 소독약 향이 섞여 난다. 가만히 물 위에 떠 있으면 중력이 사라진 기분이 든다. 수면을 타고 전달되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진동이 되어 가슴팍에 닿는다.
탁자 위에 놓인 생수병 하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요즘은 물 한 병조차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곳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그저 무심하게 물을 놓아두었다. 거창한 서비스보다 이런 작은 배려, 혹은 당연한 상식이 더 마음을 움직인다. 손가락 끝으로 생수병의 매끄러운 라벨을 천천히 긁어본다. 한 모금 마신 물은 아무런 맛이 나지 않는 정직한 물맛이다. 화려한 바로크풍 인테리어보다, 이런 작은 무심함이 주는 안도감이 더 좋다.
어느덧 저녁이 찾아왔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특별한 대화는 나누지 않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정적이 찾아온다. 창밖에는 여전히 서늘한 비가 내리고, 실내는 귤색 조명 아래 따스하다. 이 극명한 온도 차이가 주는 안락함이 우리를 더 밀착시킨다.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 굳이 행복하다는 말을 내뱉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저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이곳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다.
젖은 운동화가 현관에서 나란히 놓여 있었다.
- 아이와 함께라면 실내 수영장에서의 물놀이 후, 따뜻한 우유 한 잔으로 체온을 유지해 주세요.
- 비 오는 날에는 무리하게 외출하기보다 로비의 고전적인 가구들을 천천히 관찰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