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공기와 아이들의 서툰 행진
11월의 이란은 공기가 눅눅하면서도 끝맛은 서늘했다. 평균 기온 22도. 얇은 겉옷을 겹쳐 입었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춥거나 덥다며 작은 투정을 부렸다. 둘째는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을 보며 온천수가 대체 어디서 나오느냐고 물었다. 땅속에 거대한 주전자가 끓고 있는 것이냐는 엉뚱한 질문에 우리는 한참 동안 답을 찾지 못했다. 그냥 그렇다고, 세상에는 가끔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정답이 없는 질문에 억지로 논리를 갖다 붙이는 것보다, 그저 그렇다는 모호한 긍정이 여행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렸다.
호텔로 향하는 길, 거리에는 낮은 지붕의 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었고, 간간이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핀 화단이 보였다. 아이들의 발걸음은 결코 일정하지 않았다.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으려는 첫째의 고집스러운 신중함과, 길가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 온 정신을 뺏긴 둘째의 느릿한 속도가 충돌했다. 우리는 이 느린 행진을 '우리 가족만의 팀 작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짐가방의 바퀴가 보도블록을 긁는 규칙적인 소음이 들려왔고, 습한 공기 속에 섞인 짙은 흙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산책은 아니었지만, 그저 함께 걷는 행위 자체가 여행의 본질이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거리의 정적을 조금씩 깨뜨렸고, 그 기분 좋은 소란함이 나쁘지 않았다.
소음이 잦아드는 경계, 안식의 입구
Xiang Ge Li La Dong Shan He Du Jia Fan Dian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외부의 끈적한 습기는 마법처럼 사라지고 정돈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로비의 분위기는 유럽의 어느 고풍스러운 저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낮은 채도의 조명들이 공간을 은은하게 채우고 있었고, 공기 중에는 묵직한 향나무 냄새와 깨끗한 리넨 향이 섞여 흘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발밑의 감각이었다. 두꺼운 카펫이 아이들의 요란한 발소리를 부드럽게 집어삼켰다. 밖에서 그렇게 소란스럽던 아이들이 로비의 정적에 잠시 압도된 듯, 서로의 옷자락을 꼭 잡은 채 조심스럽게 발을 뗐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로비에 머무는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했다. 누구 하나 서두르는 이가 없었다. 이곳의 시간은 바깥세상보다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더 다정하게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온도계의 숫자가 주는 정확함보다, 피부에 닿는 적당한 미온수가 생각나는 공간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비로소 '이동'이라는 노동을 끝내고 '머묾'이라는 진정한 휴식으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만의 작은 성채, 온전한 쉼의 공간
우리가 묵은 곳은 포근한 가족실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아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영역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첫째는 가장 넓은 침대를 차지해 뒹굴었고, 둘째는 바닥에 가방을 펼쳐놓고 장난감 군단을 전개했다. 방은 충분히 넓었다.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녀도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을 만큼 포근하고 아늑한 구조였다. 빳빳하게 다려진 흰색 침대 시트는 살짝 몸을 뉘었을 때 기분 좋은 탄성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욕실로 향해 물을 틀자 곧바로 뽀얀 김이 올라왔다. 아이들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욕실 바닥의 타일 온도가 적당히 따뜻해 발바닥에 닿는 느낌이 쾌적했다. 아이들이 씻고 나온 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은 마치 작은 강아지들 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녁으로는 호텔 내에서 제공하는 전원풍 간편식을 즐겼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 재료 본연의 향이 살아있는 음식들이었다. 아이들은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채소까지 오물거렸고,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미지근한 차를 마셨다. 거창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후 이용한 SPA의 물 온도는 정확히 몸의 긴장을 풀어줄 만큼 적당했다. 탄산수소염천의 매끄러운 촉감이 피부에 닿았고, 물속에서 느껴지는 부력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 방은 완벽한 목적지였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 다시 마주한 세상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갓 구운 빵과 신선한 과일을 즐긴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창문을 열자 11월의 이란 공기가 다시 밀려 들어왔다. 창밖으로는 동산강의 물줄기가 완만하게 흐르고 있었다. 강물은 아침 햇살을 받아 은은한 윤슬을 만들어냈고, 주변의 나무들은 조금씩 색을 바꾸며 가을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방 안의 안락함 속에서 창밖의 서늘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저 밖은 여전히 바람이 불고 아이들은 다시 소란스러워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두꺼운 커튼과 따뜻한 조명이 만드는 우리만의 성벽 안에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이들은 창문에 코를 붙이고 지나가는 새를 구경하며 작은 속삭임을 나누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젖은 운동화가 현관에 나란히 놓여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무용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여행이 된다.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냥 이곳에 함께 있었고, 그 사실이 좋았으니까.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 조식 뷔페의 오믈렛은 꼭 드셔보길 권합니다. 부드러운 식감이 아침의 굳은 몸과 마음을 깨워줍니다.
- 호텔에서 제공하는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동산강 변을 달려보세요. 이란의 가을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