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바다의 정적과 푸른 바람의 소란
오전 6시, 무거운 커튼을 걷어내자 서늘한 무채색의 바다가 밀려 들어왔다. 수평선 너머로 구이산섬이 거대한 고래처럼 덩어리째 놓여 있었다. 미동도 없는 섬을 응시하고 있으면 내면의 소음마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12평 남짓한 방 안에는 아직 깊은 잠에 빠진 친구들의 낮은 숨소리만이 공기 중에 부유했다. 살결에 닿는 침대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창밖의 잿빛 하늘. 나는 이 적당한 거리감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충만해지는, 오직 나만을 위한 고요한 시간이었다.
"야, 빨리 일어나! 루프탑 바 가야지!" 친구가 내 어깨를 거칠게 흔들며 잠을 깨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구이산섬은 찰나의 빛을 받아 사진 찍기에 완벽한 각도로 빛나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11월의 바람은 뺨을 때릴 만큼 매서웠지만,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칵테일 잔 속의 화려한 색채가 짙은 바다색과 대비되어 근사한 조화를 이뤘다. 서로의 헝클어진 머리를 보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역시 여행은 이렇게 시끌벅적한 소란함이 있어야 제맛이다.
바삭한 침묵과 시끌벅적한 만찬
호텔 저녁 식사로 제공된 카오야 세트를 가만히 응시했다. 잘 구워진 껍질의 갈색이 깊고 진했다.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얇은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바삭한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 진한 기름의 고소함이 혀끝을 감쌌고, 뒤이어 따뜻한 차 한 모금이 입안을 정갈하게 정리해 주었다. 오직 미각의 세계에 집중하느라 주변의 소음은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멀어졌다. 화려한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그저 맛이 정확했고, 온도가 적당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되는 식사였다.
"와, 이 세트 구성 진짜 대박이다!" 테이블 가득 차려진 요리를 보며 우리는 동시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특히 카오야의 압도적인 비주얼은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하듯 접시를 빠르게 비워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나누는 시시콜콜한 농담들, 그리고 서로의 입가에 묻은 소스를 지적하며 웃음꽃을 피우던 순간들. 배가 부를수록 마음의 허기까지 채워지는 기분이었고, 우리는 이 호텔을 선택한 것이 이번 여행 최고의 결정이었다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우리가 유일하게 침묵으로 동의한 온기
Lan Yang Wu Shi Gang Hai Jing Jiu Dian의 나노 밀크 배스 스파에 몸을 담갔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침묵했다. 우윳빛의 불투명한 물이 마치 따뜻한 구름처럼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물 온도는 정확히 우리가 갈망하던 수준이었고, 피부에는 비단 한 겹을 덧입힌 듯 매끄러운 촉감이 전해졌다. 평소라면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며 떠들었을 친구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고요한 평온 속에 잠겼다. 11월의 쌀쌀한 기운이 온수 속에서 완전히 씻겨 내려갔다. 우리는 이 안락함과 포근함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했다. 로비에서 마신 미지근한 보리차와 조금 퍽퍽했던 과자조차 다정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호텔 외벽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왔고, 우리는 그 빛을 등진 채 나란히 누웠다.
- Lan Yang Wu Shi Gang Hai Jing Jiu Dian의 카오야 세트는 반드시 경험해 볼 것
- 루프탑 바에서 해 질 녘 구이산섬의 실루엣을 감상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