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오후, 서로 다른 보폭
(김): 은은한 샌들우드 향이 감도는 럭셔리한 로비를 지나 '낙미앙'이라는 이름의 놀이터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신발을 벗었다. 양말만 신은 채 인조 잔디 위를 걷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웠다. 플레이스테이션 레이싱 시뮬레이터 앞에 앉아 핸들을 격렬하게 꺾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이 무용한 경쟁이 주는 뜻밖의 해방감에 대해 생각했다. 발바닥에 닿는 잔디의 까슬한 촉감과 적당한 쿠션감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활쏘기와 농구 게임의 소란함이 주변을 채웠지만, 나는 그저 스윙 체어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관찰하는 쪽을 택했다. 그것은 적당한 소음이 섞인 정적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비로소 휴식을 느꼈다.
(친구): 정말 환상적이었다. 호텔 안에 이런 거대한 놀이터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우리는 누가 더 빨리 결승선에 들어오는지 내기를 했고, 결국 나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하며 소리를 지르다 보니 여기가 최고급 호텔인지, 아니면 동네 오락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처음엔 양말만 신고 뛰어다니는 게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벼움이 좋았다. 모든 사회적 체면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특히 야외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엉켜 웃던 순간, 뺨을 스치던 시원한 바람과 왁자지껄한 공기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장면이다.
같은 식탁, 엇갈린 미각의 기억
(김): 중식당의 높은 층고 덕분에 공간 전체에 개방감이 넘쳤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창으로는 5월 이란의 눅눅하고 밀키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란양 평원의 비옥한 토양이 길러냈다는 지역 식재료 요리들이 차례로 테이블을 채웠다. 특히 삼성 파를 곁들인 요리는 혀끝을 자극하는 알싸함 뒤에 은은한 단맛이 따라와 입안을 정돈해주었다. 중앙의 뚫린 복도를 지나며 마주한 옛 이란의 풍경은 음식의 풍미와 섞여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기프트숍에서 샀던 금설서병의 쫀득한 식감이 여전히 입안에 머물러 있었다. 과하지 않은 간과 적당한 온도, 그것은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공간을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친구): 음식의 비주얼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화려한 색감에 압도되어 한동안 젓가락을 들지 못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친구들과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나누어 먹은 대만 요리들은 하나같이 입에 착 감겼다. 특히 특유의 매콤한 소스가 가미된 요리는 중독성이 강해 계속해서 손이 갔다. 창밖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초록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음식을 씹을 때마다 우리가 정말 먼 곳으로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함께 나누어 먹는 즐거움,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운 유쾌한 에너지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요리처럼 느껴진 식사였다.
우리가 유일하게 침묵으로 동의한 것
'광지탕'의 따스한 물속에 몸을 담갔을 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5월의 이란은 습했고, 밖에서 반딧불이를 찾아 헤매느라 신발은 젖었으며 옷가지에는 눅눅한 숲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하지만 Jiao Xi Han Mu Jiu Dian의 탄산수소염천 물에 들어간 순간, 피부를 짓누르던 모든 끈적임이 씻겨 내려갔다. 물의 촉감은 마치 얇은 비단 한 겹을 온몸에 두른 듯 매끄러웠다. 온도는 뼈마디 사이사이의 긴장을 정확하게 파고들어 녹여낼 만큼 완벽했다. 누군가 '최고다'라고 말하려 했지만, 굳이 언어로 내뱉을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그저 가만히 눈을 감고 물의 무게를 견디며, TOTO 자동 비데가 설치된 쾌적한 객실의 안락함과 온천의 정적을 동시에 누렸다. 그곳의 고요함은 꽤 신뢰할 만했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감촉 속에 내일의 게으름을 미리 예약했다.
- Jiao Xi Han Mu Jiu Dian의 광지탕에서 피부에 닿는 매끄러운 온천수를 꼭 경험해 보세요.
- 기프트숍의 삼성 파 소스 세트는 이란의 풍미를 담은 최고의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