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젖은 돌의 숨결이 방 안까지 스며들 때
2월의 이란은 습했다. 공기 중에는 비에 젖은 바위에서나 날 법한 쌉싸름한 미네랄 향이 섞여 있었다. Jiao Xi Han Mu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압도한 것은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뚫린 천장의 높이였다. 눅눅한 바깥 공기에 짓눌려 있던 호흡이 비로소 가벼워지는 순간이었다. 웰컴 드링크의 알싸한 풍미가 혀끝을 깨우는 동안, 우리는 일상의 소란을 로비 너머로 밀어냈다. 객실로 들어와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리넨 시트가 피부에 닿는 감촉은 서늘하면서도 청결했다. 적당한 무게감으로 몸을 감싸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 때, 비로소 이곳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개별 온천 욕조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이곳의 탄산수소염천은 독특했다. 단순히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피부 위에 아주 얇은 비단 한 겹을 덧바른 것 같은 질감이었다.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자, 으슬으슬하게 떨던 어깨의 긴장이 눈 녹듯 풀렸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좋다'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살결에 닿는 물의 온도가 비슷하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창밖으로는 겨울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고,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느릿하게 길을 만들며 흘러내렸다. 욕조 끝에 걸터앉아 발끝이 서로 살짝 스칠 때, 우리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온기가 다정했고, 물의 부력은 우리를 세상의 모든 책임으로부터 잠시 떼어놓아 주었다. 마치 거대한 온기 속에 잠긴 작은 섬이 된 기분이었다.
오후 11시, 알싸한 파 향기와 낮은 조명의 복도
저녁 식사는 란양 평원의 색깔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특히 현지에서 자란 산싱 파를 곁들인 요리는 강렬했다. 첫맛은 혀끝을 찌르는 알싸함이 지배적이었지만,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배어 나왔다. 그 구체적인 맛의 대비가 입안에서 펼쳐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지역의 흙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요리보다, 땅의 기운이 정직하게 담긴 단순한 맛이 더 깊게 다가왔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호텔 내의 고요한 정원을 천천히 걸었다. 낮 동안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로 가득 찼을 잔디밭에는 이제 깊은 정적과 서늘한 밤공기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밤의 Jiao Xi Han Mu Jiu Dian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복도의 조명은 낮게 깔려 은은한 금빛을 띠었고, 발소리는 두툼한 카펫 속에 흡수되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나란히 걸으며 아주 사소하고 무용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 아침에는 무엇을 먹을지, 아니면 체크아웃 직전까지 계속 누워 있을지에 대하여.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누워 있는 거야." 내 말에 상대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고요한 복도의 공기 속에 기분 좋게 섞여 들었다. 누군가는 이를 시간 낭비라고 하겠지만, 나는 이런 무용함이야말로 여행의 본질이라고 믿는다. 아무런 생산성 없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보폭을 맞추어 천천히 걷는 일.
방으로 돌아와 다시 온천수에 몸을 담갔다. 밤의 공기는 더 차가워졌지만, 물속의 온도는 여전히 다정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같은 방향의 어둠을 응시하며, 지금 이 순간의 온도가 깨지지 않기를 바랐다. 거창한 약속이나 미래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은 필요 없었다. 그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일정하고, 물의 온도가 적당하며, 내일의 계획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2월의 겨울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온도를 나누며 천천히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물결이 만드는 작은 파동이 우리 사이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물결 위에 뜬 작은 거품 하나가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가만히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