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12월의 이란은 늘 그렇듯 무거운 물기를 품고 있었고, 젖은 외투에서 배어 나오는 옅은 흙내음과 Yi Lan Bo Si Fan Dian 특유의 오래된 세탁 세제 향이 묘하게 섞여 코끝을 스쳤다. 낮게 설계된 체크인 카운터에서 직원이 건넨 카드키의 매끄럽고 딱딱한 감촉이 손끝에 남았을 때, 비로소 낯선 도시에서의 휴식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좁은 공간 속에 나란히 서 있을 뿐이었지만, 가끔씩 어깨가 스칠 때마다 전해지는 서로의 온기가 어떤 대화보다 더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방 문을 열자 생각보다 넓고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최신식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세월의 결이 묻어나는 우아함이 구석구석 스며 있었다. 먼지 하나 없이 정갈하게 관리된 방 한쪽에는 제습기가 놓여 있었는데, 낮게 웅웅거리며 방 안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그 단조로운 기계음이 오히려 정적을 메워주어 마음의 소음을 잠재워주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목표야." 내 혼잣말에 상대는 대답 대신 내 손을 가볍게 쥐었다. 침대에 몸을 던지자 시트의 서늘한 감촉이 잠시 피부를 자극했다가, 이내 체온으로 따뜻하게 물들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다. 창밖으로는 이란의 겨울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다. 회색빛 건물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초록색 나무들이 눅눅한 공기에 젖어 짙은 색을 띠고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동문 야시장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사람들의 활기찬 웅성거림과 기름진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갓 구워낸 이란 떡의 쫄깃한 식감과 혀끝에 남는 달콤함이 입안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발걸음 속도를 세밀하게 맞췄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지만, 그 침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더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다음 날 방문한 자오시의 온천수는 놀라울 정도로 미끄러웠다. 마치 피부 위에 투명한 비단 한 겹을 얇게 펴 바른 것 같은 촉감이었다. Yi Lan Bo Si Fan Dian의 대중 온천욕탕에서 뜨거운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켜켜이 쌓였던 어깨와 목의 긴장이 눈 녹듯 천천히 풀려나갔다. 물의 묵직한 무게가 몸을 지긋이 누르는 느낌이 마치 거대한 온기의 품에 안긴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12월의 찬 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물속의 뜨거운 온기가 그것을 완전히 상쇄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 맺힌 작은 물방울들을 바라보며 아주 짧게, 하지만 맑게 웃었다. 그 찰나의 웃음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산 과일은 적당히 달았고, 그것을 껍질째 까는 손길은 조금 서툴렀다. 다시 호텔 방으로 돌아와 제습기의 규칙적인 웅웅거림 속에 몸을 뉘었다. 이번 여행은 내 삶의 60퍼센트의 힘만 쓰기로 계획한 시간이었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이 눅눅하고 따뜻한 공기 속에 비축해두기로 했다. 삶이 늘 특별할 필요는 없다. 그저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이면 충분하다. 우리가 함께 누워 있었고, 물은 따뜻했으며, 떡은 달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한 겨울이었다. 천장의 무늬를 하나하나 세다 잠이 들었고, 꿈조차 꾸지 않는 깊은 수면이 우리를 감쌌다. 깨어났을 때 창밖은 여전히 무채색의 회색이었지만, 방 안은 더없이 포근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침대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남은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 무용한 시간이 주는 지독한 쾌적함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나쁘지 않은 마무리였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이 느릿한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으로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 겨울 하늘이 도시의 초록색 나무들을 눅눅하게 적시고 있는 풍경.
- 동문 야시장의 달콤한 떡을 사 와 Yi Lan Bo Si Fan Dian의 포근한 침대 위에서 나눠 먹기.
- 자오시 온천욕 후 눅눅한 겨울 공기를 가르며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즐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