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성에 발을 들인 작은 탐험가
둘째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멈춰 섰다. 아이의 시선이 닿은 곳은 끝없이 높은 천장이었다. 고개가 뒤로 꺾일 만큼 아득한 높이. 아이에게 이곳은 호텔이라기보다 전설 속 거인이 사는 성 같았을 것이다. 묵직한 나무 가구에서 배어 나오는 오래된 숲의 향기와 서구식 클래식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아빠, 여기 진짜 성이야?" 아이는 조심스럽게 나무 가구의 매끄러운 모서리를 손끝으로 훑었고, 발밑의 두꺼운 카펫 위에서 퐁당퐁당 발을 굴렀다. 소리를 집어삼키는 카펫의 푹신한 질감이 아이의 작은 점프를 부드럽게 받아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이 거대한 공간이 주는 정적과 무게감을 온몸으로 탐닉하고 있었다. 짐을 끄는 소리조차 묵직하게 고요해지는 이곳에서, 아이는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는 듯했다.
손끝으로 완성한 작은 세상의 승부
첫째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부대시설에 있는 핸드풋볼 테이블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Yi Lan Bo Si Fan Dian의 로비 한 켠에 놓인 이 작은 테이블은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경기장이 되었다. 막대기에 매달린 작은 플라스틱 인형들이 아이의 손길에 따라 일제히 움직였다. 탁, 타탁. 공이 부딪히는 건조하고 경쾌한 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려 퍼졌다. "내가 무조건 이길 거야!" 승부욕에 불탄 아이의 뺨은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옆에서 구경하던 둘째는 형의 움직임을 서툴게 흉내 내다 손가락이 낄 뻔했지만, 울음 대신 환호성을 질렀다.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찰나의 쾌감. 아이들에게 이 공간의 가치는 객실의 평수나 조식의 화려함이 아니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막대기의 진동과 공이 굴러가는 속도, 그 찰나의 몰입이 아이들의 전부였다. 호텔에서 빌린 자전거를 타고 나선 이란의 거리는 적당히 눅눅한 공기와 뺨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바람이 섞여, 마치 비밀스러운 탐험지로 향하는 길 같았다.
소란이 잠든 밤, 비단결 같은 휴식
아이들이 깊은 잠에 빠져든 후, 방 안에는 비로소 밀도 높은 정적이 찾아왔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피부에 닿자, 깨끗하게 세탁된 면 특유의 포근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슬리퍼를 끌고 나선 Yi Lan Bo Si Fan Dian 밖의 동문 야시장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끈적한 설탕 시럽의 달콤함과 숯불 위에서 지글거리는 고기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복잡한 인파 속에서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챙겨 돌아와,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거짓말처럼 증발한 시간, 비로소 나는 '부모'라는 외투를 벗고 오롯이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
피로를 씻어내려 찾은 대중 온천욕탕의 물은 피부에 닿는 순간 비단 한 겹을 두른 듯 매끄러웠다. 뜨거운 물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자,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팽팽하게 당겨졌던 근육들이 설탕이 녹듯 느슨하게 풀려나갔다. 물의 묵직한 압력이 몸을 지그시 누르는 감각에 기대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3월의 밤공기는 서늘했지만, 온천의 온기가 몸속 깊이 스며들어 마음까지 데워주었다. 내일은 하얀 통화꽃이 산등성이를 덮었다는 원산으로 향할 생각이다. 굳이 거창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좋다. 그저 꽃이 피었기에, 그리고 함께 있기에 충분한 여행이다. 호텔의 클래식한 가구들이 내뿜는 묵직한 분위기가 이제는 안락한 품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은은한 비누 냄새가 방 안을 채울 때, 나는 비로소 완벽한 안식을 느꼈다.
잠결에 꼼지락거리는 아이의 작은 발가락이 내 팔등에 닿았다.
- 호텔 내 핸드풋볼 테이블에서 아이와 함께 작은 토너먼트 경기를 즐겨보세요.
- 동문 야시장의 다채로운 간식을 사 와서 아이들과 침대 위에서 나누어 먹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