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기 계속 누워 있어도 될 것 같아"
"정말 산에 가야 해?" 내가 나른하게 물었다.
"동백이랑 퉁화꽃이 폈대." 당신이 내 손가락 끝을 천천히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나는 그냥 여기 계속 누워 있고 싶은데."
우리는 잠시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서로를 바라봤다. 방 안에는 낮은 조명이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었고, 공기는 적당히 미지근했다. 빳빳하게 세탁된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당신의 고른 숨소리가 섞여 들었다. 계획표에 적힌 '타이핑산'이라는 글자가 갑자기 아주 먼 나라의 전설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적당한 거리와 충분한 온기가 주는 안식
Yi Lan Bo Si Fan Dian의 침대는 생각보다 훨씬 포근했다. 특히 세심하게 챙겨준 추가 매트리스 덕분에 몸이 깊숙이 파묻히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의 배려가 물리적인 두께가 되어 등을 받쳐준다는 건 꽤 다정한 경험이다. 3월의 이란은 습기를 머금은 봄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었다. 차갑지 않은, 그저 살짝 서늘해서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런 온도였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천장을 보며, 이 고요한 정적이 주는 안락함을 만끽했다.
출출해질 때쯤 호텔 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접시 위에 놓인 닭다리 구이의 노릇한 색깔과 고소한 풍미가 코끝을 자극했다. 껍질이 바삭하게 씹힐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났고, 곁들인 식전주의 달콤함이 혀끝에 부드럽게 감돌았다. 우리는 맛에 대해 길게 토론하지 않았다. 그저 "나쁘지 않네"라고 말하며 서로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 그 정도의 침묵과 대화면 충분했다. 식사 후 가볍게 들른 호텔 내 헬스장에서는 창밖으로 보이는 이란 시내의 풍경이 평화로웠다.
밤에는 슬리퍼를 끌고 동먼 야시장으로 나갔다. Yi Lan Bo Si Fan Dian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길거리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떡 냄새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눅눅한 밤공기에 섞여 떠다녔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 네온사인 불빛이 수채화처럼 번지는 모습이 몽환적이었다. 특별한 것을 사지 않아도, 그저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빈틈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다음 날 방문한 자오시 온천의 물은 비단처럼 미끄러웠다.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촉감은 피부 위에 얇은 막을 입힌 듯 매끄러웠고,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자 어깨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호텔의 대중 온천욕장에서 느꼈던 그 나른한 해방감이 다시금 떠올랐다. "물 온도가 딱 좋아"라고 말하는 당신의 목소리가 하얀 수증기 사이로 흩어졌다. 무언가를 열심히 찾으러 다니는 여행보다, 이렇게 적당한 온도의 물속에서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더 여행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의 빛은 회청색에서 점차 연둣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목적은 다 달성한 셈이었다.
물기 어린 창문에 서로의 이름을 적다 지우며 낮게 웃었다.
- 야시장의 소란함이 벅차오를 때쯤, 호텔의 포근한 침대로 돌아오길.
- 자오시의 미끄러운 온천욕 뒤에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을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