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시간 맞췄다고 우기는 놈이 제일 문제야"
"야, 10분 늦은 게 무슨 대수라고 그래. 기차는 원래 조금씩 밀리는 맛에 타는 거야."
"너한테는 낭만이겠지만, 내 인내심은 이미 바닥나서 증발하기 직전이라고. 이 여행의 유일한 계획이 정시 도착이었다는 게 믿겨?"
"그럼 그 바닥에서 잠이나 자든가. 여기 카펫 푹신해서 침대랑 구분도 안 가는데."
우리는 서로의 한심함을 확인하며 낄낄거렸다. 4월의 이란은 지나치게 파랬고, 공기 중에는 눅눅한 풀냄새와 누군가의 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야, 저기 구름 모양 봐. 딱 네 멍청한 콧구멍 같아." "죽을래?"
정박한 배의 안쪽, 하얀 침묵의 공간
Kai Du Guang Chang Jiu Dian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눈이 시릴 정도로 순백의 벽면이었다. 육지 위에 세워진 크루즈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방에 들어서자 생각은 바뀌었다. 발소리를 완전히 집어삼키는 두툼한 카펫의 촉감은 마치 깊은 바다의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시트의 서늘함과 낮은 에어컨 소음이 만드는 안락한 고립감 속에 몸을 던졌을 때, 비로소 여행의 긴장이 풀렸다. 창밖으로는 구이산섬의 희미한 실루엣이 수평선 위에 겹쳐 있었다.
4월의 습도가 피부에 닿아 약간 끈적였지만, 테라스로 나가는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나가자 바다에서 온 서늘한 바람이 그 모든 것을 씻어냈다. 이곳의 수영장은 바닷물을 그대로 끌어온 해수 풀이었다. 물속에 몸을 담그자 피부를 감싸는 묵직한 부력과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전해졌다. 물의 감촉은 비단처럼 매끄러웠고,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미온이었다. 물 밖으로 나왔을 때, 햇빛 아래 반짝이는 작은 소금 결정들이 피부 위에 하얗게 내려앉아 보석처럼 빛났다.
체크인 전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게임 구역은 이 호텔의 숨겨진 놀이터였다. 당구대와 미니 골프 채가 뒹굴고, 게임기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그곳에서 우리는 어른이라는 허울을 벗어던졌다. 18홀 미니 골프를 치며 서로의 엉터리 폼을 비웃던 그 무용한 시간들이 오히려 여행의 밀도를 높였다. 안드레 치앙 셰프의 철학이 담긴 식사는 화려함보다는 재료의 정직한 맛에 집중했다.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의 탱글한 탄력과 레몬의 날카로운 산미가 혀끝에서 교차하며 입안을 깨웠고, 아침 식사로 제공된 육송의 고소한 풍미는 숲의 향기를 머금은 듯 깊고 은은했다. 우리는 거대한 테라스에 나란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23도의 기온은 그저 누워 있기에 최적이었다.
정박한 배처럼, 우리는 어디로도 이동하지 않고 그저 그 공간의 일부가 되기로 했다. 무용한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여행에서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비로소 쾌적한 공기와 적당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복도는 마치 크루즈의 갑판처럼 길게 뻗어 있었고, 그 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Kai Du Guang Chang Jiu Dian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정지된 화면처럼 평온했다.
새벽 세 시, 낮아진 목소리들의 기록
"야, 너 아까 그 생선 진짜 맛있었다고 생각해?"
"어. 그냥 좋았어."
"넌 항상 그딴 식으로 말하더라. 기준이 뭐야?"
"기준 같은 게 어디 있어. 입에 맞으면 좋은 거지."
낮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방 안에는 은은한 스탠드 조명과 낮은 숨소리만 남았다. 공기는 적당히 서늘했고, 덮고 있는 이불의 무게감이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문득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 왔으면 정말 답답해 죽었을 것 같아."
"뜬금없이 웬 진심이야. 징그럽게."
"그냥 그렇다고. 나쁘지 않았다고."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파도 소리가 대화를 대신했다.
구이산섬 위로 뜬 달이 아주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기울고 있었다.
- 위안산의 통화꽃 길을 걷기. 하얀 꽃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풍경 속으로.
- Kai Du Guang Chang Jiu Dian의 해수 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무용한 시간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