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햇살이 바닥에 직사각형의 무늬를 그릴 때
`Kai Du Guang Chang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이란 특유의 눅눅하면서도 미지근한 공기의 무게였다. 3월의 공기는 피부에 얇게 달라붙어 여행자의 긴장을 적당히 풀어놓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해경방의 문을 열자, 복도 끝까지 가방 끄는 소리가 울려 퍼질 만큼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하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갓 세탁한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몸의 곡선을 부드럽게 받아내는 매트리스의 탄력 속에서 우리는 한동안 천장의 무늬를 세며 정적 속에 잠겼다.
창밖으로는 구이산 섬이 아스라이 보였다. 3월의 바다는 지금 막 색을 바꾸는 중이었다. 무거운 회청색이었던 수평선이 오후의 빛을 머금으며 조금씩 투명한 비취색으로 옅어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바다 밑바닥에서 거대한 조명을 갈아 끼운 것만 같은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당신이 내 옆에서 나직하게 물었다. "지금 나가야 할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당신의 손등 위에 내 손을 겹쳤다. "아니, 그냥 여기 있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자리에는 밀도 높은 평온함이 들어찼다. 육지 위에 정박한 거대한 크루즈선 같은 이 호텔의 정체성이 그제야 이해가 갔다. 배는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안전한 곳에 닻을 내리고 머물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 우리는 그저 `Kai Du Guang Chang Jiu Dian`이라는 거대한 하얀 닻에 기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공유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아주 다정한 오후였다.
밤 11시, 물의 온도가 피부에 닿는 속도
저녁 식사는 코코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이란 현지의 풍미를 담았다는 메뉴판의 설명보다, 실제로 혀끝에 닿는 해산물의 선명한 신선함이 더 정확한 언어였다. 우시 항구의 거친 바람을 맞고 자란 식재료들은 과장 없이 정직하고 깊은 맛을 냈다. 안드레 치앙 셰프의 철학이 닿았다는 요리들은 화려한 기교보다는 재료 본연의 균형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는 천천히 음식을 씹으며 낮에 보았던 바다의 색깔에 대해 이야기했다. 거창한 대화는 필요 없었다. 그저 맛있는 것을 함께 먹을 때 새어 나오는 작은 감탄사들이 식탁 사이의 공기를 부드럽게 채웠다.
식후에는 온천으로 향했다. 따뜻한 물속으로 몸을 천천히 밀어 넣었을 때, 피부에 닿는 물의 밀도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탄산수소염천 특유의 미끄러운 촉감은 마치 피부 위에 얇은 비단 한 겹을 덧입히는 기분이었다. 뜨거운 물의 온기와 서늘한 3월의 밤공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잠시 숨을 멈췄다. 물 밖으로 내놓은 코끝은 알싸하게 차가웠지만, 어깨 아래로는 포근한 온기가 가득 차올라 온몸의 긴장이 눈 녹듯 사라졌다.
잠시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멀리서 하얀 통화꽃들이 밤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내려앉은 것 같은 풍경이었다. 은은한 꽃향기보다는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더 강하게 코끝을 스쳤지만, 그 불균형이 오히려 이곳이 바다의 품임을 깨닫게 해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걸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그저 함께 걷는 것, 그리고 옆에 누군가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주는 안도감이 무엇보다 컸다. 다시 객실로 돌아와 두꺼운 가운을 걸치고 나란히 누웠다. 내일은 또 어떤 색의 바다가 우리를 기다릴지 생각하며, 우리는 아주 천천히 깊은 잠 속으로 고요해졌다.
창가에 놓인 물컵 속에 구이산 섬의 실루엣이 작게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