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푸른 숨결과 달콤한 소란함
아이의 운동화 끈이 풀려 꼬리처럼 질질 끌리고 있었다. 다시 묶어주려 손을 뻗었지만, 아이는 이미 바다를 향해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그냥 두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이런 작은 무질서는 생각보다 다정하고 평화로운 법이니까. Kai Du Guang Chang Jiu Dian의 조식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높은 층고를 타고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와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테이블 위에는 셰프의 세심함이 깃든 요리들이 정갈하게 놓였다. 첫째는 팬케이크 위에 황금빛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려 입가에 끈적하게 묻히며 먹었고, 둘째는 접시 구석의 과일들을 하나씩 옮기며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나는 조금씩 식어가는 커피의 쌉싸름한 온기를 느끼며 창밖을 보았다. 유리창 너머로 태평양의 짙은 푸른색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공기는 적당히 눅눅해 피부에 부드럽게 감겼다. 아이들이 포크를 떨어뜨리고 서로 더 맛있는 조각을 가지겠다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곳에서는 그 소음조차 여행의 배경음악처럼 감미로웠다. 접시 위에 흩어진 빵가루와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아침의 풍경이었다.
우시항의 짠 바람과 정갈한 나무 쟁반
호텔 밖으로 나서자 10월 이란의 공기가 우리를 맞이했다. 섭씨 25도의 기온, 습도는 높았지만 뺨을 스치는 바람이 쾌적해 걷기에 좋았다. 우리는 우시항의 한적한 길을 따라 걷다 '주구'라는 일식집에 들어갔다.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아홉 칸 나무 쟁반이 우리 앞에 놓였다. 작은 그릇들에 나누어 담긴 해산물들은 마치 바다의 색채를 모아놓은 팔레트처럼 알록달록했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생선 조각의 이름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고, 나는 그저 웃으며 맛있으면 그만이라고 답했다. 갓 잡은 생선의 살은 탱글탱글하게 씹혔고, 밥알은 적당한 찰기를 머금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굴러다녔다. 손끝에 닿는 나무 쟁반의 매끄럽고 단단한 감촉이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식당을 나서자 은빛 억새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서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산등성이 너머로는 단풍의 붉은 기운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 쪼그려 앉아 조개를 찾겠다며 작은 손을 바삐 움직였다. 신발 속에 모래가 들어갔다며 투덜거리면서도 아이들의 눈동자는 보석처럼 빛났다. 특별한 계획 없이 걷고, 배를 채우고, 다시 걷는 이 무용한 시간들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사치였다.
구이산섬의 달빛 아래, 고요한 숨 고르기
다시 Kai Du Guang Chang Jiu Dian로 돌아와 스카이 뷰 객실의 문을 열었다. 몸을 깊숙이 받아주는 시몬스 침대의 포근함이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녹여내렸다. 아이들을 씻기기 전, 호텔의 온천 클럽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탄산수소염천의 물은 마치 피부에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듯 미끄럽고 매끄러웠다. 뜨거운 물속에서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근육들이 느슨하게 풀려나갔고, 아이들은 물속에서 작은 물고기가 된 것처럼 꺄르르 웃으며 헤엄쳤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작은 테이블 위에 지역 과일과 따뜻한 차를 차려놓았다. 비로소 찾아온 완전한 정적이었다. 창밖으로는 어둠 속에 잠긴 구이산섬이 희미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고, 달빛은 바다 위에 가느다란 은색 선을 긋고 있었다. 낮 동안의 소란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깊은 안식과 편안함이 들어찼다. 눅눅한 바닷바람이 창틀 사이로 아주 살짝 스며들었지만, 두툼한 이불 속은 더없이 포근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그저 누워있는 것 자체가 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이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가족의 숨소리가 일정한 리듬으로 방 안을 채웠고, 나는 그 평온한 박자에 맞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달빛이 하얀 건물 외벽에 머물러 있었다.
- 우시항 근처에서 아홉 칸 나무 쟁반에 담겨 나오는 신선한 해산물 정식을 맛보는 것.
- 해 질 녘, Kai Du Guang Chang Jiu Dian 앞 잔디밭에서 구이산섬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