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창틀에 걸린 구이산섬의 윤곽
Kai Du Guang Chang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맞이한 것은 압도적인 규모의 하얀 벽이었다. 거대한 배를 닮은 건축물은 육지에 정박한 채 미동도 없이 고요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안내받은 객실의 문을 열자, 발소리가 낮게 울릴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 펼쳐졌다. 빳빳하게 다려진 침대 시트의 서늘한 촉감이 손끝에 닿았고, 방 안에는 갓 세탁한 린넨의 깨끗한 향기가 은은하게 감돌았다.
창밖으로는 구이산섬의 실루엣이 보였다. 습기를 머금은 12월의 공기는 무거웠고, 섬의 윤곽은 옅은 안개에 가려져 마치 수채화처럼 번져 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창가에 나란히 섰다. 어깨가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온기가 낯설지 않았다. 너는 "생각보다 섬이 가깝네"라고 나직이 읊조렸고, 나는 "그냥 거기 있네"라고 답했다. 특별한 수식어가 없는 대화였지만, 그 정적은 오히려 안온했다.
낮게 웅웅거리는 에어컨의 기계음만이 공간을 채우던 시간, 너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운동화 끈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관찰하며 생각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19도의 온도, 딱 그만큼의 거리감. 우리는 밖으로 나갈지 말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나가지 않기로 했다. 누워있는 것 자체가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가슴 속에서 묘한 해방감이 피어올랐다. 호텔 가운을 함께 걸치고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우리는 누가 더 가운을 잘 소화하는지 내기라도 하듯 꼿꼿하게 걸음을 옮겼다. 짧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였다.
밤 11시, 비단 한 겹을 바른 듯한 온천의 촉감
밤이 깊어지자 우리는 써멀 스파 클럽으로 향했다.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밤공기에 몸이 살짝 떨렸지만,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순간 세상의 온도가 바뀌었다. 일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중탕의 분위기 속에서, 탄산수소염천의 물은 놀라울 정도로 미끄러웠다. 마치 비단 한 겹을 피부 위에 얇게 펴 바른 것 같은 매끄러운 질감이었다. 물속에서는 모든 소음이 뭉툭해졌고, 오직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와 가끔씩 찰랑이는 물결 소리만이 귓가를 맴돌았다.
너는 눈을 감고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나는 물결 아래로 일렁이는 너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법을 천천히 배우는 중이었다. 때로는 평행선처럼 멀어지다가도, 이렇게 온천수라는 따뜻한 매개체 안에서 다시금 가까워졌다. "물 온도가 딱 좋아"라고 네가 속삭였을 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장할 필요 없이, 정말로 완벽한 온도였다.
온천을 마치고 나온 뒤에는 기다렸던 만찬이 이어졌다. 뷔페 테이블 위에는 우시 항구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게와 새우 요리가 풍성하게 놓여 있었다. 투명한 생선 살을 씹을 때마다 바다의 짠맛과 달큰한 풍미가 동시에 입안을 채웠다. 우리는 소스가 너무 달지 않아 좋았다는 식의, 지극히 구체적이고 담백한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Kai Du Guang Chang Jiu Dian의 하얀 외벽이 달빛을 받아 은은한 진주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정박한 배의 갑판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내일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계획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이 여행이 거둔 가장 큰 성취였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배어 나오는 은은한 샴푸 향과 몸속에 남은 온천의 온기가 밤공기와 섞여 들었다.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밤이었다.
하얀 건물은 잠든 고래처럼 고요했고, 우리는 그 품 안에서 깊은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