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천장의 실링팬이 나른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옅은 먼지가 내려앉은 날개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고, 우리는 그 느릿한 박자에 맞춰 무거운 짐을 풀었다. 6월의 타이둥은 공기 자체가 눅눅한 수건처럼 온몸을 휘감았다. 피부에 닿는 습도가 79퍼센트라는 숫자로 증명되는 날, 우리는 그 끈적한 계절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다섯 가지의 조각들
주차장 전광판이 준 허무한 웃음.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 차를 넣느냐로 유치한 내기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지하 1층 주차장 입구 전광판에는 빨간색으로 '0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 "진짜 0이라고?" 우리는 서로의 황당한 얼굴을 마주 보다 결국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근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눅눅한 공기를 뚫고 걸어 들어온 그 10분의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정직하고 고된 운동이 되었다.
서늘한 침대 위에서 발견한 다른 행성. Di Jing Ze Xing Guan의 객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에 숨이 탁 트였다.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와 대비되는 하얀 시트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고, 몸을 깊숙이 받아주는 적당한 푹신함이 일품이었다. 밖은 28도의 열기가 들끓는 정글 같았지만, 이곳은 완전히 다른 행성이었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에 파묻혀 두 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었다.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우리는 이미 완벽한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었다.
망고가 가르쳐준 달콤한 배신. 조식 뷔페에서 만난 노란 망고 앞에서 누군가 망고가 덜 익어 시큼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입안에 넣는 순간, 끈적하고 진한 과육이 혀끝에 달라붙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달콤함을 쏟아냈다. 설탕을 통째로 쏟아부은 듯한 강렬한 맛에 우리는 장담했던 친구의 당황한 표정을 감상하며 조용히 망고 한 조각을 더 집어 들었다. 차가운 접시 위에 놓인 선명한 노란색이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해 보였다.
파전의 기름진 향과 태평양의 소금기. 해빈공원으로 향하는 길, 황기 파전의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찔렀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이 그 냄새와 섞여 묘하고 중독적인 조화를 이뤘다. 종이봉투에 담긴 뜨거운 파전을 찢어 나누어 먹으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봤다. 뜨거운 파전 한 입과 미지근한 바람.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졸업 후의 막막한 계획에 대해 묻지 않았다.
새벽 두 시, 로비에 내려앉은 정적. 동랑 가니발의 소란스러운 음악 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돌던 밤이었다. 들뜬 마음을 안고 돌아온 호텔 로비는 지나칠 정도로 고요했다. 은은한 간접 조명 아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지친 얼굴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터뜨렸다. 화려한 축제의 불꽃보다, 돌아와 마시는 미지근한 물 한 잔과 이 무거운 정적이 더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쁘지 않은, 아니 꽤 근사한 밤이었다.
이 무용한 순간들이 쌓여 만든 풍경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거창한 깨달음이나 인생의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6월의 습한 공기를 견디고, 차가운 에어컨 바람 아래서 뒹굴며,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달콤한 망고를 먹었을 뿐이다. Di Jing Ze Xing Guan은 그 무용한 시간들을 안전하게 보관해 준 커다란 상자 같았다. 정돈된 침구와 현대적인 공간,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음들. 졸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매듭을 짓기 전, 우리는 이곳에서 잠시 팽팽했던 마음의 끈을 느슨하게 풀고 있었다.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냥 지금 이 상태로 충분하다는 감각. 그것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준 유일하고도 가장 큰 선물이었다.
하얀 접시 위에 외롭게 남은 작은 망고 조각 하나.
- 지하 1층 주차장 전광판에 0이 떠 있다면 고민 말고 근처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세요.
- 해빈공원 근처에서 파전을 살 때는 꼭 바다 쪽 벤치를 먼저 확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