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여기 계속 누워있으면 안 될까?"
"그냥 여기 계속 누워있으면 안 될까?" 그가 나른하게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빳빳한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안 될 건 없지." 내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천장의 무늬를 세기 시작했다. 2월의 타이둥은 눅눅했고, 우리는 그 습기를 핑계 삼아 방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했다. 구석에 던져진 캐리어와 제멋대로 놓인 신발들이 우리의 해방감을 증명했다. 계획표 없이, 그저 흐르는 대로 머무는 것. 그것이 이번 여행의 유일한 규칙이었다.
물결 위에 띄워 보낸 무용한 시간들
Di Jing Ze Xing Guan의 욕조는 꽤 넉넉했다. 성인 두 사람이 들어가도 서로의 무릎이 닿지 않을 만큼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몸을 깊숙이 담그면 턱 끝까지 따뜻한 물이 차올랐고, 피부에 닿는 물의 감촉은 매끄러운 비단 한 겹을 몸에 두른 듯 부드러웠다. 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 공간에서, 화장실과 욕실이 분리된 구조는 뜻밖의 안도감을 주었다. 젖은 발자국이 거실의 보송보송한 카페트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작은 디테일이 여행의 질을 결정짓는 법이다. 창문을 아주 조금 열어두면 빗물에 젖은 바위와 흙내음이 섞인 서늘한 바람이 밀려 들어왔지만, 욕조 안의 온도는 완벽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어깨너머로 창밖의 빗줄기를 보았다. 그가 장난스럽게 물장구를 쳤고, 나는 무심하게 그의 이마에 물을 튀겼다. 찰나의 웃음 뒤로, 저녁에 맛본 쩡지의 짠맛 아이스크림 여운이 여전히 혀끝에 맴돌았다. 5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는 그 가게의 맛은 예상과 달랐다. 달콤함보다는 짭조름한 계란 노른자의 풍미가 먼저 다가오고, 뒤이어 우유의 부드러움이 밀려오는 그 묘한 불균형이 오히려 정직하게 느껴졌다.
방 안으로 스며드는 빛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고, 그 은은한 조명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더 깊게 느꼈다.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맡기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채 오직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섬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호텔의 정갈함은 누군가의 성실한 손길을 짐작게 했다. 매일 아침 시트를 팽팽하게 당기고 타일의 물기를 닦아냈을 이름 모를 이의 수고 덕분에, 우리는 마음 놓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정성스럽게 준비된 무료 조식 뷔페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원소절의 소란함이 멀리서 들려왔지만, 그 소음마저 아득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졌다. 무용한 시간이 켜켜이 쌓여갈수록, 우리가 공유하는 침묵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서로의 리듬에 맞추어 호흡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었다.
비가 그친 창밖으로, 옅은 보랏빛 새벽이 오고 있었다.
- 우리, 내일 아침엔 조금 더 늦게 일어나서 같이 죽 먹을까.
- 짠맛 아이스크림 한 번 더 먹으러 가자. 이번엔 네가 좋아하는 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