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의 우리에게. 그때도 여전히 이렇게 쓸데없는 내기로 투닥거리고 있을까. 2월의 타이둥은 생각보다 눅눅했고, 우리는 생각보다 더 게을렀지. 하지만 그 나른한 공기가 좋았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했던 그 찰나의 평온함이 문득 그리워질 것 같아.
5년 뒤에도 선명히 떠오를 우리의 무용한 조각들
주차장의 붉은 숫자 00: 비에 젖어 눅눅한 냄새가 올라오던 회색빛 콘크리트 주차장, 그곳에 선명하게 박힌 빨간 숫자 00. 만차를 알리는 신호였지만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았지. 차가운 빗방울이 앞 유리를 때리는 소리를 들으며 2.2미터라는 제한 높이에 우리 차가 들어갈 수 있을지 내기하던 그 멍청한 낙천성. 결국 근처 유료 주차장으로 향하며 낄낄거렸던 그 순간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다.
801호의 세 면 창가: 침대에 누워 세 방향의 풍경을 동시에 담아내던 일. 너희는 멋진 전망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의 각도가 미세하게 변하는 걸 관찰했어. 창밖으로 펼쳐진 타이둥의 짙은 초록빛 숲과 함께, 하얀 벽면을 타고 스며든 빛은 적당히 미지근한 온도를 품고 있었지. 바스락거리는 시트의 감촉을 느끼며 천장을 보던 시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완벽한 정지 상태였다.
더블 샤워기의 소란스러운 합주: 욕실에 샤워기가 두 개나 나란히 있는 걸 보고 우린 한참을 웃었지. 동시에 물을 틀었을 때 좁은 욕실을 가득 채우던 그 기괴하고도 풍성한 물소리와 타일 벽에 부딪혀 울리던 웃음소리. 자욱한 수증기 속에서 서로 튀기는 물방울을 피하며 씻던 그 소란스러움이 Di Jing Ze Xing Guan의 현대적인 인테리어보다 훨씬 더 생생하게 기억될 것 같아.
정기로의 짭조름한 아이스크림: 쩡지량취안팡에서 맛본 짠맛 아이스크림. 처음 한 입을 넣었을 때의 그 당혹스러운 표정들. "이게 대체 무슨 맛이야?"라며 투덜거렸지만, 결국 셋 다 바닥까지 긁어먹었지. 2월의 서늘한 바람이 뺨을 스치던 거리에서,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묘한 짠맛이 혀끝을 자극하던 그 감각은 타이둥이라는 도시의 첫인상과 꼭 닮아 있었다.
5년 후, 이 기록의 봉인을 풀었을 때
아마 801호의 보드라운 침구 촉감이나 조식 뷔페의 정갈한 메뉴들은 희미해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비에 젖은 바위 냄새와 섞여 있던 우리의 시시한 농담들은 선명할 거야. 자한산 축제의 폭죽 소리를 피해 Di Jing Ze Xing Guan으로 돌아와 각자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그 고요한 시간들. 누워 있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던 그 시간이 사실은 가장 완벽한 탐색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건조하고 쾌적한 공기 속에서 깨달았어. 서로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아이스크림이 짜다는 말만 주고받아도 충분했던 그 밤을 기억해.
창밖으로 흩날리던 2월의 옅은 빗줄기와 눅눅한 웃음소리.
- Di Jing Ze Xing Guan 801호에 머물며 세 면의 창밖으로 흐르는 시간을 멍하니 바라볼 것.
- 정기로의 오래된 빙점에서 짠맛 아이스크림을 시도하며 서로의 당황한 표정을 관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