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야식을 먹자고 했더라
10월의 타이동은 적당히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기온은 25도 안팎. 덥지도 춥지도 않아 무엇 하나를 단정 짓기 애매한, 마치 결정 장애가 온 것 같은 온도였다. 톄화춘의 거리에서 흘러나오던 몽환적인 음악 소리가 아득해질 때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남북교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공기에 섞여 드는 서늘한 가을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품에 안은 만두 봉투에서는 기분 좋은 온기가 배어 나와 손바닥을 데웠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짙은 어둠 속에서 The GAYA Hotel의 선명한 노란 외벽이 등대처럼 우리를 맞이했다. 누군가는 세련된 디자인이라 칭송했지만, 내 눈에는 그저 고집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노란색 상자 같아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봉투 속 만두는 조금씩 식어갔지만, 우리는 그 느릿한 온도의 변화가 이번 여행의 가장 적절한 속도라고 믿었다.
씹는 소리와 시시한 말들
"너 진짜 대박이더라. 아까 옥상 풀에서 사진 찍을 때 표정 봤어? 거의 무슨 패션 화보 찍는 줄 알았네."
침대 위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담백한 두부를 늘어놓았다. 친구 하나가 낄낄거리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나는 쫄깃한 만두피가 입술에 닿는 감촉을 느끼며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냥 물 위에 둥둥 떠 있었을 뿐이야. 근데 거기서 바라보는 뤼위산의 능선은 정말 압권이더라. 하늘이 파란 게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투명했잖아."
"결과적으로 우린 거기서 한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물만 바라봤잖아. 그게 바로 우리 여행의 정체성 아니겠어? 철저한 무계획과 우아한 나태함."
"나쁘지 않았어. 사실 누워있는 게 이번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었다면 우린 이미 완벽하게 성공한 거지."
우리는 남북교자관에서 사 온 만두피의 탄력이 얼마나 훌륭한지, 그리고 곁들인 두부가 얼마나 정갈한 맛을 내는지에 대해 꽤 진지하게 토론했다. 옥상 인피니티 풀의 시린 파란색과 지금 이 방을 감싸고 있는 은은한 조명의 노란색이 얼마나 대비되는지, 그리고 내일은 또 어느 골목에서 시간을 버릴 것인지에 대해서도.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와 낮은 웃음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촘촘하게 채웠다. 대단한 비밀을 공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식어버린 만두를 나누어 먹는 그 찰나의 순간이 무엇보다 충만했다. 억지로 힘을 내어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진, 오직 우리만의 밤이었다.
배가 부르고 찾아온 고요
음식이 사라진 자리에는 구겨진 빈 봉투와 무거운 정적이 남았다.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의 침대에 몸을 던졌다. The GAYA Hotel의 매트리스는 적당한 탄성을 가지고 있어, 몸이 깊게 파묻히지 않으면서도 포근하게 등을 받쳐주었다. 쾌적하게 설정된 에어컨 바람이 피부에 닿아 기분 좋은 소름을 돋게 했다. 창밖으로는 타이동 시내의 불빛들이 보석을 흩뿌려 놓은 듯 점점이 박혀 있었다. 멀리 태평양의 짠 내음이 섞인 밤바람이 얇은 커튼을 아주 살짝 흔들고 지나갔다. 욕실 수전에서 물방울이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메트로놈처럼 들려왔다. 독립형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 났던 소란스러운 소음이 사라진 방은 생각보다 넓고 고요했다. 복잡한 생각들을 굳이 끄집어낼 필요가 없는 공간. 그저 여기, 이 안락함 속에 누워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결코 어색하지 않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깊은 침묵이었다.
창밖의 노란 가로등 불빛이 방 안으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 남북교자관의 육즙 가득한 만두와 담백한 가정식 요리
- 치샹 지역의 고소한 튀긴 두부와 달콤한 두유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