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이라며, 그냥 걷는 게 무슨 모험이야!"
"야, 네가 분명히 여기 '모험적'인 곳이라고 했지? 그냥 걷는 게 무슨 모험이야. 이건 그냥 동네 산책이잖아!" 지후가 입술을 삐죽이며 툴툴거렸다. "걷는 것도 모험이지. 가다가 길 잃고 낯선 골목에서 헤매면 그게 진짜잖아." 내가 짐짓 진지하게 대답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민지가 낄낄거리며 내 어깨를 퍽 쳤다. "우린 구글 맵이 있는데 어떻게 길을 잃어, 이 멍청아!" 우리는 서로의 허점을 찌르고 깎아내리는 데에만 꼬박 30분을 썼다. 로비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유치한 말싸움이 오갔고, 결국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무용한 소란함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 웃음이 났다.
노란 벽과 푸른 물, 그리고 적당한 침묵의 공간
멀리서부터 시선을 끄는 The GAYA Hotel의 노란 외벽은 2월의 흐린 하늘 아래서 마치 툭 떨어진 레고 블록처럼 이질적이면서도 경쾌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현대적인 가구들이 단정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오후의 햇살이 낮은 각도로 들어와 바닥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무료 스낵 바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쿠키 향과 쌉싸름한 커피 향이 섞여 마음을 차분하게 고요해지혔다. 우리가 묵은 행정 스위트룸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푹신한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졌는데, 적당한 지지력이 몸의 곡선을 감싸 안으며 팽팽하게 당겨졌던 일상의 긴장을 스르르 풀어주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정성스러운 환영 과일의 달콤한 향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창밖으로는 도란 산맥의 능선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비가 살짝 내린 뒤의 거리에서는 젖은 흙과 바위가 섞인 서늘한 광물 냄새가 스며들었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루프탑 인피니티 풀이었다. 타이둥 시내의 소음이 발밑으로 고요해지은 고공 수영장에서, 우리는 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담았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뺨을 날카롭게 스쳤지만, 따뜻한 물속에 잠긴 몸은 나른한 온기에 휩싸였다. 파란 타일과 맞닿은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거대한 수채화 같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누가 더 오래 숨을 참는지 유치한 내기를 하며, 그 순간만큼은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양 몰입했다. 다음 날 아침, 4개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10층 식당에서 맛본 큼직한 쇠고기 국수의 진한 육수와 은은한 타로 향이 퍼지는 죽은 여행자의 허기를 정직하게 채워주었다. 호텔이 시내 중심에 있어, 걷다가 지치면 언제든 돌아와 누울 수 있다는 안도감이 우리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
깊은 밤,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진심
"다음에도 여기 올까?" 민지가 침대에 엎드린 채, 베개에 얼굴을 묻고 나직이 물었다.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고, 창밖의 소음마저 잦아든 시간이었다. "글쎄, 그냥 좋았으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면 피곤해." 내 대답에 지후가 길게 하품을 하며 덧붙였다. "맞아,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게 제일 좋았어. 억지 모험 같은 거 안 해도 되니까."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방 안에는 에어컨이 돌아가는 낮은 웅웅거림과 서로의 고요한 숨소리만 남았다. 굳이 거창한 약속을 하지 않아도, 이 서늘한 공기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꽉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창밖의 도란 산맥이 보랏빛으로 천천히 물들고 있었다.
- 루프탑 인피니티 풀에서 도시 전경을 보며 멍하니 시간 보내기
- 호텔 근처 철화촌의 아기자기한 소품샵을 정처 없이 구경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