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엉뚱함을 묵묵히 지켜본 다섯 가지 목격자들
매트리스: 빳빳하게 다려진 리넨의 서늘한 감촉과 은은한 세제 향. 누가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밀어내던 발길질과 잠결에 헛손질하던 소란을 묵묵히 받아냈다. 네 명의 캐리어가 방 한가운데를 점령해 발 디딜 틈 없던 아수라장 속에서, 뒹굴며 나눈 시시한 농담들이 이 하얀 천 위에 켜켜이 쌓여 있다.
옥상 인피니티 풀: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지워진 짙은 코발트블루의 수면. 인생 사진을 건지겠다며 십 분 동안 숨을 참으며 허리를 꺾던 친구의 일그러진 표정과, 결국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미끄러지던 둔탁한 소리를 모두 보았다. 4월의 눅눅한 바람이 뺨을 스쳤지만, 미지근한 물 온도는 마치 포근한 이불처럼 우리를 감싸 안았다.
조식 뷔페의 우육면: 코끝을 찌르는 진한 육수 향과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릇.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라도 하듯 말없이 면을 흡입하던 우리들의 기묘한 정적을 지켜봤다. 국물이 튀어 흰 셔츠에 작은 갈색 점이 찍혔을 때, "아, 내 셔츠!"라고 외치던 친구의 허망한 표정까지 그릇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복도의 예술 작품들: 세련된 화풍과 강렬한 원색의 대비. 복도를 지나며 너무 크게 웃어 다른 투숙객의 눈총을 받던 우리들의 소란스러움을 배경음악 삼아 묵묵히 걸려 있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그림 속 인물들이 '저 무례하고 귀여운 인간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하며 한심하게 쳐다봤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호텔 슬리퍼: 보들보들한 하얀 천 소재의 가벼운 촉감. 멋지게 걷다가 자기 발에 걸려 휘청거린 친구의 당혹감을 바닥의 차가운 대리석 촉감으로 기억한다. 복도 끝에서 마주친 다른 투숙객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그 찰나의 정적, 그리고 뒤돌아서자마자 터져 나온 킥킥거림까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사물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묘사한다면
아마 이 물건들이 입을 열어 우리를 묘사한다면, '어른의 탈을 쓴 채 길을 잃은 아이들'이라고 말할 것 같다. The GAYA Hotel의 현대적인 로비와 정갈하게 정돈된 디자인은 우리들이 가진 특유의 무질서함과 묘하게 대비되었다. 로비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던 숲의 향기와 쾌적한 냉기, 그리고 오후에 제공되던 무료 간식 바에서 서로 더 맛있는 것을 집으려던 유치한 경쟁심까지도 이 공간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4월의 타이둥은 온통 파란색의 변주였다. 하늘은 투명한 유리 같았고, 바다는 깊은 심연의 색이었으며, 우리가 머물던 수영장의 물빛은 그 중간 어디쯤의 몽환적인 색이었다. "우리 그냥 여기서 계속 살면 안 될까?" 누군가 툭 던진 말에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대단한 의미나 깨달음을 찾으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었고, 같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싶었을 뿐이다. 옥상에서 내려다본 타이둥 시내의 풍경은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4개의 레스토랑과 2개의 바, 그리고 몸의 긴장을 풀어주던 스파 시설까지. 이 모든 완벽한 편의 시설 속에서 우리는 가장 불완전한 모습으로 뒹굴었다. 굳이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저 적당히 젖고 적당히 웃고 적당히 게으름을 피웠다. 70%의 힘만 쓰기로 약속한 여행이었는데, 사실은 30%도 쓰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천장의 시 구절을 읽다가 잠든 그 순간만큼은, 어떤 위대한 성취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니, 사실은 완벽했다.
타이둥의 푸른 어스름이 파도처럼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 밤이 되면 도보 거리의 톄화춘 음악마을에서 버스킹 공연을 구경할 것.
- 아침 식사 메뉴 중 진한 국물의 우육면은 꼭 한 그릇 비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