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무한히 펼쳐진 인피니티 풀 끝에서 날카로운 함성을 질렀다. 저 멀리 리위산의 능선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치고 있어,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아이는 흥분했다. 튀어 오른 물보라가 내 셔츠 소매를 적셨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코끝을 스치는 옅은 소독약 냄새와 짭조름한 바다 내음, 그리고 3월의 미지근한 바람이 피부에 닿았다. 아이의 작은 발가락이 물결을 가르는 그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완벽한 휴식 속에 있었다.
객실로 돌아와 넓고 쾌적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바스락거리는 흰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매트리스의 적당한 탄성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낮 동안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이 발끝부터 천천히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다. 천장의 정갈한 무늬를 하나하나 세다 보니 어느덧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오직 나만을 위한 고요한 고요히 머무의 시간이었다.
창밖으로 철화촌의 서정적인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누군가의 투박한 기타 줄 튕기는 소리와 낮은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넘어와 방 안의 공기를 채웠다. 때마침 호텔 엘리베이터가 층수를 알리는 규칙적인 '띵'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소음들이 오히려 낯선 여행지에서의 불안을 지워주었고, 나는 그 소리들에 기대어 비로소 깊은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오후의 무료 스낵 바를 찾았다. 작은 쿠키 하나를 입에 넣자 고소한 버터의 풍미가 혀끝에서 부드럽게 부서졌다. 뒤이어 마신 시원한 주스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며 낮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냈다.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손이 가는 무용한 즐거움. 옆에서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며 꺄르르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달콤한 디저트처럼 공간을 가득 채웠다.
The GAYA Hotel의 외벽은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노란색이었다. 3월의 투명한 햇살이 그 벽면에 부딪혀 잘게 부서져 내렸고, 옥상 풀장의 짙은 파란색과 건물의 노란색이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서로 섞이지 않은 채 나란히 놓인 원색의 조화는 마치 잘 그려진 한 폭의 팝아트 작품 같았다.
세면대 위에 놓인 복고풍 디자인의 칫솔 패키지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누군가의 세심한 취향이 묻어 있는 작은 소품들이 머무는 곳의 온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잡지를 무심히 넘기며 손가락 끝에 닿는 종이의 까슬까슬하고 서늘한 질감을 즐겼다. 호텔 내의 스파나 피트니스 센터처럼,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세심하게 가꿔진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옥상에서 리위산의 웅장함과 태평양의 광활함을 동시에 품에 안았다. 어느새 지친 아이들이 내 옆에 가만히 몸을 기대어 왔다. 서로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맞닿은 어깨를 통해 전해지는 온기만으로도 충분했다. 멀리 보이는 바다의 색이 짙은 남색에서 투명한 에메랄드빛으로 층층이 변해가는 찰나를 함께 지켜보았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침묵이었다.
젖은 수건의 눅눅한 냄새마저 포근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 철화촌까지 도보 1분 거리이니, 저녁 식사 전 가볍게 산책하며 거리 공연을 감상해 보세요.
- 옥상 풀장은 해 질 녘에 방문하여 산과 바다가 동시에 붉게 물드는 장관을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