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건물과 젖은 등판
7월의 타이둥은 공기 자체가 눅눅한 솜사탕처럼 몸에 감겨왔다. 차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습한 열기에 린넨 셔츠가 등에 쩍쩍 달라붙었다. 멀리서부터 시선을 강탈하는 선명한 노란색 외벽의 The GAYA Hotel이 보였다. "야, 그래서 예약 누가 했냐고!"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방 배정을 둔 짧고 격렬한 설전이 벌어졌다. 보도블록을 긁는 캐리어 바퀴의 날카로운 소음과 서로를 탓하는 웃음 섞인 고함이 뒤섞였다. 하지만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피부의 열기를 앗아갔고, 우리는 그제야 무기를 내려놓았다. 쾌적함이라는 이름의 평화가 우리를 구원한 순간이었다.
이 호텔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네 가지
수영장의 경계와 허영심에 대하여: 루프탑 인피니티 풀의 물은 소름 돋게 차가웠고, 하늘은 비현실적으로 파랬다. 우리는 수영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인생 샷'을 건지러 온 것이었다. 물속에서 가장 그럴싸한 각도를 찾기 위해 십 분 넘게 숨을 참으며 짐짓 우아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꽤나 가관이었다. 하지만 수평선과 맞닿은 그 경계선에서 바라본 타이둥의 전경은 우리의 헛된 노력조차 정당화할 만큼 근사했다.
무료 간식바의 거부할 수 없는 중력: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아도 간식바 앞에 서면 손이 먼저 반응한다. 바삭한 쿠키 하나를 집어 들고는 "나 진짜 배 안 고픈데"라고 중얼거리며 입에 넣는 행위의 무한 반복. 무용한 식욕이 주는 소소한 쾌락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꽤 많은 시간을 낭비했고, 돌이켜보면 그 무의미한 낭비야말로 이번 여행의 가장 핵심적인 조각이었다.
1분이라는 거리의 해방감: 호텔 문을 나서서 딱 1분만 걸으면 철화촌 음악마을에 닿는다. 이동 시간이 짧다는 것은 생각보다 거대한 심리적 해방감을 준다. 걷다가 조금이라도 지치면 언제든 돌아와 누울 수 있다는 안도감. 효율적인 위치가 주는 안락함은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게으른 여행자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자산이었다.
침대의 중력과 완벽한 수평의 삶: 방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침대로 몸을 던졌다. 적당한 탄성의 매트리스는 마치 늪처럼 우리를 깊숙이 끌어당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의 무늬를 세며 누워 있는 시간. 운동화가 탁구채처럼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방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완벽한 수평의 상태가 되었다.
리스트 밖에서 발견한 뜻밖의 조각들
계획에는 없었지만, 새벽의 셔틀버스를 타고 나간 루예 고원의 열기구 축제는 몽환적이었다. 거대한 원색의 풍선들이 하늘을 수놓는 광경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다시 The GAYA Hotel의 루프탑으로 향했다. 밤의 수영장은 낮보다 훨씬 은밀하고 고요했다. 조명을 받은 물결이 보석처럼 일렁였고, 멀리 태평양의 짙은 푸른색이 서늘한 밤공기에 섞여 들어왔다. 피로를 풀기 위해 들른 SPA의 따뜻한 온기가 근육의 긴장을 녹여주던 감각도 선명하다. 다음 날 아침, 조식 뷔페에서 만난 타로 쌀죽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타로의 단맛과 뭉근한 온기가 밤새 식었던 몸을 천천히 데워주었다.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그저 숟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달그락 소리와 창밖으로 쏟아지는 7월의 눈부신 햇살만이 가득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한 아침이었다.
물 온도는 적당했고,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 호텔에서 1분 거리인 철화촌의 야시장을 해 질 녘에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 루프탑 수영장 이용 시 수영복과 수영모를 반드시 챙겨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