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햇살이 산등성이에 걸려 금빛으로 부서지던 시간
우리는 The GAYA Hotel의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9월의 건조하면서도 다정한 바람이 훅 끼쳐와 뺨을 스쳤다. 옥상에는 하늘과 맞닿은 인피니티 풀이 펼쳐져 있었다. 물색은 짙고 정직했다. 그라데이션 같은 모호함 없이, 깊은 바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거운 파란색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천히 물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피부에 닿는 물의 촉감은 얇은 비단 한 겹을 두른 것처럼 매끄러웠고, 적당한 온도는 긴장했던 마음의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켰다.
물속에 몸을 뉘고 가만히 하늘을 보았다. 타이둥의 9월 하늘은 불필요한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했다. 수평선 너머로 태평양이 아스라이 보였지만, 풀장의 파란색이 그 거대한 바다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너는 내 손끝을 살짝 건드리며 "너무 차갑지는 않아?"라고 나직이 물었다. 나는 "아니, 딱 좋아"라고 답하며 너의 손가락 사이로 내 손가락을 얽었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대화가 없어도 공백이 어색하지 않은 상태, 그 고요한 유대감이 좋았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호텔의 노란색 외벽이 오후의 빛을 머금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응축된 햇살을 벽에 발라놓은 듯한 정직한 노란색이었다. 그 강렬한 색채가 파란 물결과 대비되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우리는 그저 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계획도,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이. 그저 물의 무게에 온몸을 맡기고,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쁘지 않은 오후였다. 아니, 사실은 생애 가장 평온한 오후였다.
밤 10시, 철화촌의 등불이 하나둘 깨어나던 시간
호텔 문을 나서면 바로 철화촌 음악聚落의 낭만이 시작된다. 걸어서 1분. 그 짧은 거리 덕분에 우리는 서두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움직였다. 거리에는 이름 모를 거리 악사들의 선율이 가득했고, 사람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밤공기 속에 섞여 부드럽게 흘러갔다. 우리는 시장의 소란함 속에 기꺼이 섞여 들어갔지만,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일에 더 집중했다. 화려한 기념품이나 거창한 구경거리보다는,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이나 세월의 때가 탄 낡은 간판 같은 것들을 함께 바라보았다. 그 사소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다시 The GAYA Hotel로 돌아오는 길, 계단실 벽면에 걸린 궈옌푸 작가의 작품들이 우리의 조용한 귀가를 배웅하는 듯했다. 예술적 영감이 깃든 복도를 지나 방에 들어섰다. 침대는 너무 푹신하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적당한 지지력을 가지고 있어 지친 몸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방 안의 조명은 낮게 고요해져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둥 시내의 야경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반짝였다. 우리는 천장을 보며 오늘 하루 동안 우리가 본 것들에 대해 짧게 이야기했다. "그 노란 벽, 생각보다 더 밝더라" 같은 무용한 말들이 오갔지만, 그런 대화가 오히려 마음의 빗장을 풀게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으로 나온 소고기 국수를 마주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국물은 짭짤했고, 면발은 기분 좋은 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국수를 들이켰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그 단순하고 명확한 만족감이 좋았다. 체크아웃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버튼 옆에 난 작은 스크래치를 발견했다. 누군가의 손길이 수없이 닿았을 흔적. 그 사소한 디테일이 이 세련된 공간을 더 인간적으로 보이게 했다.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여행이었어" 같은 과장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국수가 정말 맛있었네"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에 담긴 온도가 우리에게는 더 정확한 진심이었다. 다시 이곳에 온다면, 그때도 우리는 그냥 누워 있고, 그냥 걷고, 그냥 함께 있을 것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노란 벽 아래, 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