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첫 내기는 '누가 수영복을 잊어버릴까'였다. 결과는 처참하게도 셋 다 잊었다. 결국 시내 잡화점에서 가장 촌스러운 형광색 무늬의 수영복을 사 입고는 서로의 몰골을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Zhi Ben Fu Li Du Jia Jiu Dian의 로비에 들어섰을 때, 5미터 높이의 층고가 쏟아내는 개방감이 먼저 다가왔다. 공기가 넉넉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 과하게 꾸미지 않은 대지색 톤의 인테리어가 차분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타이둥 시내에서 마주친 짠 아이스크림. 소금 달걀노른자와 아몬드가 섞인 기묘한 조합이었다. "이걸 진짜 먹으라고 만든 거야?"라며 투덜댔지만, 혀끝에 닿는 서늘한 냉기 뒤로 눅진한 짠맛이 밀려왔다. 단맛보다 짠맛이 먼저 치고 올라오는 그 생경함이 2월의 눅눅한 공기와 묘하게 어우러졌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낯선 도시의 온도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힐링이야." 한 친구의 말에 나는 즉각 반응했다. "그 단어, 이번 여행 금지어야." 우리는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레스토랑의 높은 통창 너머로 겨울비가 가늘게 흩뿌려지고 있었다. 완벽한 동선을 짰다며 호언장담하던 친구의 계획표가 빗물에 젖어 잉크가 번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번진 글씨들이 오히려 계획 없는 여행의 정직한 얼굴처럼 보였다.
'대용량 세면도구 패키지'라는 거창한 이름의 옵션을 선택했다. 300밀리리터짜리 옴니센스 어메니티 두 병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 정도면 호텔 전체를 다 씻겨도 되겠는데?"라는 농담에 욕실은 금세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세련된 프랑스 살롱의 향기가 숲속의 눅눅한 흙냄새와 충돌하며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그 부조화스러운 향기가 오히려 우리를 더 들뜨게 했다.
새벽 3시, 복도는 깊은 수면 아래처럼 고요했다. 두꺼운 카펫이 발소리를 눅눅하게 집어삼켰고, 벽면의 거친 석재 질감을 손끝으로 천천히 훑으며 걸었다. 화려함보다는 견고함에 가까운 무뚝뚝한 감촉이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내뱉은 작은 한숨이 차가운 벽에 부딪혀 되돌아왔다. 그 적막함이 주는 안도감이 충분했다.
온천수에 몸을 깊숙이 담갔다. 탄산수소염천의 물은 피부 위에 비단 한 겹을 얇게 바른 것처럼 매끄럽게 감겨왔다. 물 온도는 정확히 42도쯤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인생의 정답이나 미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물이 충분히 뜨겁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여기 함께 누워 있다는 감각에만 집중했다. 누워 있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번 여정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2월의 타이둥은 변덕스러운 비가 잦았다. 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옷이 완전히 젖어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하지만 객실로 돌아와 맞이한 샤워기의 수압은 묵직하고 강렬했다. 발바닥에 닿는 타일의 온도가 적당히 따뜻해 긴장이 풀렸다. 옷이 젖는 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젖은 옷을 허물처럼 벗어 던지고 보송보송한 가운을 입었을 때의 해방감이 훨씬 컸으니까.
Zhi Ben Fu Li Du Jia Jiu Dian의 정교한 더블룸, 180x200센티미터의 넓은 침대는 안락했다. 옆 사람의 숨소리가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적당한 거리감이 좋았다. 천장을 보며 누워 있자니 빗소리가 규칙적인 메트로놈처럼 들려왔다. 특별할 것 없는 순간이었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다. 인생의 60퍼센트 힘만 쓰고 나머지는 오롯이 비축하는, 그런 느슨한 여행이었다.
비가 그친 창밖으로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 시내의 짠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봐. 단짠의 조화가 정말 기발해.
- 욕조 룸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옴니센스 세트로 반신욕 해봐. 피부가 정말 매끈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