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내 옷자락을 잡아끌며 물었다. 온천수는 땅속 어디에서 오는 거냐고. 나는 정확한 답을 몰랐기에 그저 빙그레 웃어 보였다. 사실 모르는 채로 낯선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순수한 묘미가 아닐까. 9월의 타이동은 공기마저 가벼웠다. 하늘은 씻어낸 듯 투명했고, 밤이면 은하수가 손에 닿을 듯 낮게 내려앉아 온 세상을 푸르게 적셨다. 우리는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Zhi Ben Fu Li Du Jia Jiu Dian에 짐을 풀었다.
가족 여행이라는 것은 언제나 계획이라는 이름의 지도 밖으로 탈출하기 마련이다. 첫째는 하얀 목욕 가운을 영웅의 망토처럼 두르고 복도를 누볐고, 둘째는 야외 수영장의 물 온도가 너무 완벽하다며 물개처럼 달라붙어 나오기를 거부했다. 집이었다면 소란스럽다고 나무랐을 법한 풍경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그 소음조차 다정한 배경음악처럼 들렸다. Zhi Ben Fu Li Du Jia Jiu Dian의 넉넉한 공간이 주는 여유 덕분인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날카롭지 않고 둥글게 퍼져 나갔다. 그 소란함 속에 섞여 있자니, 비로소 우리가 함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우리가 함께 발견한 다섯 가지의 조각들
5미터 높이의 로비 천장. 고개를 한참 젖혀야 끝이 보일 만큼 아득한 높이였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높은 천장에 부딪혀 웅웅거리며 되돌아왔고, 돌벽의 서늘한 질감 위로 따스한 호박색 조명이 내려앉아 묘한 안락함을 주었다. 첫째가 가장 먼저 이 압도적인 높이에 감탄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미끈거리는 온천수. 피부 위에 얇은 비단 한 겹을 정성스럽게 바른 것 같은 매끄러운 촉감이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 속에 몸을 깊숙이 담그니, 낮 동안의 여정이 남긴 종아리의 묵직한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은은하게 감도는 미네랄 향이 코끝을 스쳤고, 둘째가 물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 매끄러운 느낌이 꼭 물고기 같다고 속삭였다.
180센티미터 너비의 커다란 침대. 빳빳하게 다려진 하얀 시트에서 햇볕에 잘 말린 면 냄새가 났다. 네 식구가 한꺼번에 누우니 서로의 팔다리가 엉켜 좁을 법도 했지만, 그 밀도가 오히려 포근한 요람처럼 느껴졌다. 적당한 탄성으로 몸을 깊게 감싸 안는 안락함에, 내가 가장 먼저 항복하듯 눈을 감았다.
야외 수영장의 푸른 물. 9월의 투명한 햇살을 받아 물결이 잘게 부서지며 사파이어 빛으로 반짝였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청량감이 전해졌고, 수영장 너머로 펼쳐진 타이동의 정갈한 산세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졌다. 아내가 물 위에 뜬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따뜻한 두부 요리. 혀끝에 닿자마자 구름처럼 부드럽게 으깨지는 질감이 일품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짭조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마음까지 데워주는 기분이었다. 아침 식사 테이블에서 만난 이 소박한 맛은 그 어떤 화려한 성찬보다 깊은 기억으로 남았다. 둘째가 입가에 하얀 두부 부스러기를 묻힌 채 계속해서 더 달라고 조르던 그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오른다.
은하수가 지붕 위로 낮게 내려앉아 우리를 포근히 덮어주던 밤이었다.
- 지벤 역에서 호텔까지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미리 예약하면 이동이 훨씬 편하다.
- 야외 수영장과 온천 시설은 이른 아침에 이용하는 것이 가장 한적하고 쾌적하다.